“너 없이 무슨 바람이 시원하며/ 너 없이 무슨 공기가 맑겠느냐// 너 없이 태어난 것이 무엇이고/ 너 없이 자란 것이 무엇이냐// 네가 서서 잠잠히 자라기에/우리는 떠돌아도 편안하구나” “벚나무를 안으면/ 마음속은 어느새 벚꽃 동산// 참나무를 안으면/ 주렁주렁 도토리가 열리고// 소나무를 안으면/ 관솔들이 우우우 일어나/ 제 몸 태워 캄캄한 길 밝히니” 김형영 시인의 나무를 예찬하는 나무를 위한 송가다.

‘나무열전’의 저자 강판권교수는 “나무는 한자의 어머니”라고 했다. 나무 ‘木(목)’으로 이뤄진 한자가 무려 1610자나 된다. 한자를 만든 사람들에게 나무는 곧 자연이고 인생이고 세계이자 우주였다는 것이다. 근본 본(本)은 나무가 땅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고, 저녁 묘(杳)는 해가 나무 밑으로 지는 것이며 아침 단(旦)은 나무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다. 나무가 한없이 늘어서 있는 모습은 삼(森)이다. 그래서 우주의 모든 현상이 끝없이 늘어선 것을 삼라만상(森羅萬象)이라 한다.

소나무 송(松)자는 진시황제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 진시황이 태산에서 갑자기 비를 만나 소나무 밑에서 비를 피했다. 고마운 나무(木)에게 귀족에게 내리는 가장 높은 작위인 송(公)을 합쳐 만들어진 것이 ‘松(송)’이다. 나무 나이테의 바르고 일그러진 모양새에는 만고풍상의 역사가 그대로 씌어 있다. 단단하고 품격 높은 나무일수록 촘촘한 나이테를 갖고 있다.

악성 베토벤은 교향곡 중 홀수 교향곡은 매우 웅장하고 장엄한 데 비해 짝수 교향들은 경쾌하고 섬세한 선율로 이뤄져 있다. 6번 ‘전원 교향곡’이 대표적이다. ‘전원’은 베토벤이 가난과 난청으로 고생할 때 시골로 내려가 숲길을 거닐면서 만들어진 명곡이다. “전능하신 신이여. 숲 속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기서 나무들은 모두 당신의 말을 합니다. 이 얼마나 장엄합니까” 나무를 향한 베토벤의 찬사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에서 우승한 미국의 제이미 앤더슨 선수가 “나는 평창 나무 끌어안고 기(氣) 받아 금(金)땄다”고 했다. 나무와 친해야 장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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