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면 오미리 풍산김씨家 기탁···국학진흥원 김순석 박사가 번역
"20대 부친상 당한 상주 홍명희 도움 준 김지섭에게 감사" 표해

벽초 홍명희 편지
경북 안동에서 대하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碧初 洪命憙·1888∼1968)가 부친상을 치를 때 도움을 준 김지섭에게 감사를 표시한 한문 자필 편지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한국국학진흥원 김순석 박사는 국학진흥원이 보관 중이던 편지류 5천여 점 가운데서 벽초의 편지를 발견해 번역하고 분석했다고 19일 밝혔다.

벽초가 쓴 편지는 모두 4통으로 안동시 풍산면 오미리 풍산김씨 집안이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여러 가지 옛 편지에 섞여 있었다.

“상주인 저는 특별히 보살펴 주신 은혜를 입어 관을 싣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제 장례를 치러 아픔의 눈물이 더욱 새롭습니다.”

20대에 부친상을 당한 상주 홍명희가 1910년 8월 5일(양력 9월 8일)과 그해 9월 16일, 11월 23일에 아버지(홍범식) 초상을 치를 때 도움을 준 김지섭에게 감사를 표하려고 편지를 썼다.

“길 위에서 곡하고 헤어진 뒤에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서늘한 계절에 관직에 계시는 형께서 건강하시기를 우러러 빌고 또 빕니다. 상주인 저는 질긴 목숨을 구차하게 지탱하고 있으며 조부모님을 모시는 일은 허다한 어려움을 말하기 어렵습니다”(1910년 9월 16일 상주 홍명희)

“지난번 보내주신 답장은 아직도 지극히 감사합니다. 우러러 그립고 그립습니다, 상주인 저는 모진 목숨을 보전하며 근근이 살아갈 따름입니다, 다만 지난번 부채를 갚을 때 형을 번거롭게 한 것이 많아 죄송합니다”(1910년 11월 23일 상주 홍명희)

벽초 홍명희 편지
금산군수였던 벽초 부친 홍범식은 1910년 나라가 망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지섭은 홍범식이 자결 전 준 상자에서 유서가 나오자 이를 홍명희에게 전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풍산김씨인 김지섭은 이후 일본 강점기에 의열단원으로 활동했고 1924년 일본 황궁에 폭탄을 던졌다가 붙잡혀 옥사했다.

벽초는 편지에서 아버지 상을 치른 슬픈 심정과 김지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거듭 표시했다.

또 김지섭을 형이라고 하며 숨진 자기 아버지가 남긴 부채를 갚는 것과 관련해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벽초는 해방 직후인 1948년 북으로 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에 참여해 초대 부수상을 지냈다.

김순석 박사는 “벽초 자필 편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편지는 독립운동성지로 알려진 안동과 홍명희 관계를 보여주고 소설 임꺽정을 쓴 배경을 추정하는 자료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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