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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미국이 마침내 한국에 대하여 칼을 뽑았다. 2월 16일 미국 상무부가 백악관에 제출한 철강수입 규제방안에 우리나라 등 12개국에 대한 53%의 관세 부과 조치가 포함되었다. 우리의 청와대에서는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등 적극적이고 결연한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보호무역주의 수준을 넘어선 편파적 성격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카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국경의 벽을 높이고 제조업을 다시 재건하는 등 일련의 보호주의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카나다나 일본, 독일 등 많은 철강수입국을 제외시킨 것은 형평의 원칙을 벗어난 것으로서 WTO에 제소당하고도 남을 처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국제정치 사안과 물려있다는 점이다. 특히 북핵에 대한 대응과도 뗄 수가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고 보인다.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하여 평창에 왔다고 하던 펜스 미 부통령은 다시 북한이 핵을 완전 포기할 때까지 최대한 압박을 가하겠다고 말하고 있고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화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나, 설득을 위하여 당근 대신 채찍을 쓰겠다고 언급하였다.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뮌헨 안보회의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가동하여 북한에 핵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여야 한다고 표명하였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은 1994년 10월 21일의 북미 제네바 합의 등 과거 수차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과 약속에 속은 미국이 다시는 북한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혀진다.

지난해 9월 중국의 사드 보복을 버티다 못해 롯데마트가 중국에서 사실상 철수하기로 했다. 당시 중국은 사드배치를 두고 사실상의 내정간섭을 하면서 강력한 보복을 단행하였으나, 문재인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하여 사드배치를 단행하였고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보복을 당하였던 것이다. 그러다 삼불(三不) 합의가 나오면서 한중 양국은 1년 넘게 진행돼온 사드 갈등의 고리를 끊었다. 이처럼 우리 정부가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외교술은 상당하다. 그러나 미국에 대하여는 오랜 우방이라 친하고 만만해서 그런지, 미국입장에서는 섭섭하게 해오고 있다. 2017년 10월 유엔에서 대다수국가가 북핵 규탄결의를 할 때 우리나라 외교당국은 기권을 하였고 미국이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외치는데 문정인 교수 등 우리 외교의 자문 진영은 북핵을 인정해 주자는 경향을 띠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가 비참하게 죽은 윔비어의 아버지와 동행할 정도로 북한을 미워한다.

중국의 경제보복이 두려웠다면 미국의 보복도 염려하여야 한다. 이번의 관세 폭탄이 미국의 보복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국제사회는 냉혹한 무법의 지대요 밀림의 법칙이 지배하는 장소다. 물론 밀림에도 정의가 있고 우정이 있다. 그러나 정의나 법보다 앞서는 것이 힘이고 총알이다. 현실적으로 세계최강은 미국이다. 미국의 입장과 고충도 살필 줄 알아야 큰 정치를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를 설득하듯, 미국을 달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세탁기와 태양광, 철강에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 많은 종목이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할지 모른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슬기와 인내, 용기의 외교력을 발휘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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