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영환 전 경북일보 편집위원
2005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일보 아침시론을 집필한 저자 안영환(安永煥) 전 편집위원은 세 번째 에세이집에서 “때로는 빛바랜 먼 추억이 그리움 속에서는 석양빛으로 채색되기도 한다”고 운을 뗀다.

그러면서 낙조의 노을빛, 저녁 종소리, 멀리 사라지는 기차의 기적 소리 그리고 손녀와 옛집 등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에 젖고, 유년기에 체험했던 분단민족의 아픔과 5·18 광장에서 사라진 젊은 시인 지망생의 흔적에서 불현듯 윤동주 시인의 환영을 보게 된다.

그리움의 여울목에서 회상되는 윤동주의 모습은 생텍쥐페리의 소설 속 ‘어린왕자’로 다가온다. 윤동주에게서는 선하디선한 ‘어린왕자’의 이미지가 풍긴다. 그는 피지배 현실에서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고뇌를 앓으면서 어린왕자처럼 항상 부끄러워하면서도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한 깊은 사랑을 품었다. 그는 스스로 독사에 물려 승천하는 어린왕자처럼 후쿠오카 감옥에서 이상한 주사를 맞으며 죽음을 맞아 별이 됐다.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 그는 이제 “허리가 잘린 한반도에서 겨레에게 이길저길 중 선택하여 그 잘린 허리를 잇고자 우리가 걸어가야 할 정도(正道)를 안내하는 로드스타(Lodestar)로써 부활하여 여전히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겨레에게 빛을 뿌린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백범, 겨레의 등불이시여’의 꼭지에서는 “겨레의 아픔과 갈등과 증오와 비극, 그 모든 것을 한반도 만한 ‘문화의 가마솥’에 녹여 선생이 숭앙하는 공자가 말씀하신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나라를 만들고자 하신 뜻을 실현하지 못한 채 별이 되었다”고 하면서, “윤동주가 별을 헤던 밤하늘에 ‘문화의 별’로 선생은 명멸한다”고 했다.

김우종(金宇鍾) 원로 문학평론가는 평설에서 “그리움으로 채색된 풍경 속에 이전의 작품보다 더 우수한 예술적 기교를 담아내 매 꼭지마다 감동을 준다”고 평했다. 작자의 연륜에 어울리게 석양의 노을빛이 더 짙어지면서 관념적 세계가 더 세련된 은유적 이미지로 문학성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저자 안영환은 연합통신에 통폐합된 동화통신 외신기자 3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27년, 경상북도가 출자한 경북통상 대표이사 6년 재임했다. 2008년 월간 ‘한국수필’로 등단. 저서 ‘비극의 샘’이 2014년 우수문학도서 선정됐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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