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남북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며 대북문제 속도전에 대한 경계론을 내놓았다.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가 문 대통령이 연휴 이후 내놓을 대북구상에 대해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17일 강원도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해 언론인들과 만나 한 외신기자가 ‘(남북)정상회담을 할 생각이냐’고 묻자 “(모두) 많은 기대를 하지만 마음이 급한 것 같다. 우리 속담으로 하면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라고 말했다. 대북 문제를 서두를 뜻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성급한 남북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박 3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떠난 후, 북한 문제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실제 북한은 현 상황에서 회담 협상에 들어갔을시 ‘비핵화’라는 핵심의제를 수용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우리 최대 동맹이자 매우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도 배려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특사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이른 시기에 평양을 방문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화답한 후 “미국과의 대화에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여건’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무게중심은 ‘성사’ 쪽에 두어지는 분위기였다.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민족의 과제다. 과거 남북 정상은 두 차례 만나 관계개선과 긴장완화를 다짐하는 발표도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핵 도발이었다. 김정은의 문 대통령 초청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을 한국을 통해 피해 보겠다는 의도이다. 남북정상회담도 빈틈없이 강고한 한미동맹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가져오는 길은 그 길이 최대 공약수다.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문제와 관련한 ‘속도 조절’은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로 남북 관계개선의 물꼬는 텄다. 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여건’이 제대로 충족된 이후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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