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은 멀리서 온 스포츠다. 그만큼 우리에게 생소하기도 하다. 컬링은 중세 스코틀랜드의 얼어붙은 호수나 강에서 무거운 돌덩이를 빙판 위에 미끄러뜨리며 즐기던 놀이에서 유래했다. 17~18세기를 거치면서 스코틀랜드에서 캐나다로 이주한 사람들의 겨울 스포츠로 발전했다. 동계올림픽에서는 1998년 일본 나가노에서 열린 제18회 대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1994년 대한컬링경기연맹이 창설된 뒤 그해 4월에 세계컬링연맹에 가입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여자팀이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에 진출, 8위를 기록했다. 또한 2014년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대회에서 여자팀이 준우승을 차지했으며, 2016년 같은 대회에서는 여자팀이 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컬링이라는 명칭은 돌이 얼음판 위로 휘어져 나가는 모습을 설명하는 컬(curl)에서 유래했다. 이 경기는 캐나다에서는 200만 명 이상이 즐기는 국민 스포츠다. 이 때문에 국제경기 규칙을 만든 나라도 캐나다다. 스톤(stone)으로 불리는 납작하고 둥근 돌은 스코틀랜드의 에일서 크레이그라는 무인도에서 나오는 화강암으로만 제작한다. 여기서 나오는 돌은 영국의 케이스라는 회사가 독점하고 있어서 스톤의 가격이 만만찮다. 개당 최고 200만 원, 국제대회에 쓰이는 스톤 한 세트(16개)는 3000만 원이 넘는다.

의성 ‘갈릭 걸스(Garlic Girls·마늘소녀)’가 컬링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출전 선수 5명 중 4명의 고향이 모두 마늘과 산수유로 유명한 경북 의성이다. 이들은 동네 친구 또는 친구의 동생 등 각별한 사이로 모두 김씨 성을 가져 ‘팀킴’으로 불린다.이들의 주문은 ‘영미’다. 이 주문은 팀원 중 한 명으로 모든 팀원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김영미 선수의 이름이다. 구체적 지시 없이 ‘영미’라는 하나의 지시어만으로 그 뜻을 찰떡같이 알아듣는 선수들의 모습은 큰 감동과 재미를 준다. 특유의 무표정으로 컬링 스톤을 굴리며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끊임없이 ‘워 영미’를 외치는 주장 김은정 선수도 국민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파죽지세로 미국과 러시아 팀을 꺾은 ‘마늘 소녀들’의 시상대 맨 윗자리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이 벌써부터 그려진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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