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충진 경북도 독도홍보 사무관
10년 전 한 해 동안 독도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가끔 김성도 독도 이장님을 따라 개볼락 낚시를 나선다. 낚시를 던지면 개볼락은커녕 복어가 쏜살같이 달려들기 일쑤다. 맹독성의 복어는 먹기가 부담스러워 빼서 바다에 도로 던져버린다.

특히, 독도의 초여름 때는 알을 깨고 나온 새끼 괭이갈매기들이 한창 날갯짓을 배운다. 새끼 괭이갈매기들은 먹성이 왕성해 내버린 복어를 잽싸게 삼켜버린다. 안타깝게도, 복어를 삼킨 녀석은 5분도 안 되어 명줄이 끊어지고 만다. 때로는 새끼 괭이갈매기가 복어를 향해 날아가면, 어미가 죽자고 비명을 지르며 먹지 못하도록 말리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가까이에 어미가 있는 새끼 괭이갈매기는 절대 복어에 희생당하지 않는다. 이를 미루어 볼 때, 괭이갈매기들은 복어를 먹지 않는 것은 본능이 아니라 ‘학습’하는 것임을 알았다.

일본은 지난 14일 고교 학습지도요령에 영토와 안보를 교육하는 ‘공공(公共)’을 신설하여 가르치겠다고 발표했다. ‘공공’ 과목에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들어가게 된다. 이것이 교육현장에 적용되는 2022년부터는 일본 학생들은 필수적으로 독도가 자기네 영토로 배우게 된다. 일본은 지금까지 독도를 두고 댜오위다오, 쿠릴 4개 섬과 함께 ‘당사국 간 주장에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드러내놓고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독도 침탈을 위해 교묘한 전략을 구사해오고 있다. 독도를 말할 때, 으레 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빚는 쿠릴 4개 섬과 묶어서 영유권 주장을 해왔다. 여기에 고도의 분쟁화 전략이 숨어있다.아이누족의 땅인 쿠릴 4개 섬 역사를 일별하면 일본의 술수가 보인다. 이들 열도는 17, 18세기 들어 러시아인들의 동진정책으로 일본 영내를 넘는 일이 잦으면서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에 일본은 1855년 제정 러시아와 시모다조약을 맺고, 쿠릴 4개 섬 북쪽 에토로후와 우루프를 잇는 선을 국경으로 하고 사할린지역을 잡거지로 둔다. 1875년에는 일본과 러시아가 다시 조약을 맺고 사할린은 러시아령으로 쿠릴열도는 일본령으로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1945년 일본 패망에 따라 구소련은 쿠릴열도에서 일본인들을 추방하고 자국령으로 두게 된다. 국경문제로 갈등하던 양국은 1956년에는 회담을 열어 일본 쪽 2개 섬, 시코탄과 하보마이를 일본에 넘겨주기로 일소공동선언을 한다. 그러나 미국-소련 간 냉전 상태가 계속되면서 합의는 실행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쿠릴열도 4개 섬은 오랜 역사를 두고 일본과 러시아 간 주고받은 사실이 있다.

독도는 어떤가? 세종실록에 기록된 이후 안용복 도일 때 일본은 독도를 조선 땅으로 인정했고, 메이지유신 이후 1877년 일본 지적조사 때도 일본 최고행정기관 태정관은 독도를 조선 땅이라고 명확히 했다. 이처럼 독도는 한 번도 일본과 주고받은 적이 없다.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의 영토일 뿐이다. 일본은 이런 사실을 교묘히 은폐하여 전 세계인의 눈을 속이고, 날조된 내용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치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했다.

학습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괭이갈매기에게서 분명하게 확인했다. 한갓 미물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의 아이들’이 왜곡된 사실을 학습하고, 그릇된 신념을 갖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겠는가. 일본의 제국주의 망상은 인류사에 있어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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