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청 5억원 들여 만들다 인근 맨션 '재건축' 타령에 방치
출·퇴근 시간 극심한 교통난 겪어···경상고 학부모·주민들 불만 폭증

대구 북구 복현2동 경상고등학교로 향하는 도로가 출퇴근 시간 때마다 주정차 차량 등과 섞여 교통난이 일어 학생들이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사진 왼쪽). 사정이 이런데도 북구청이 5억 원을 들여 새 도로 공사를 하다가 소라맨션 주민들의 반발에 막히자 엉뚱하게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대구 북구 복현2동 경상고등학교로 향하는 길목에는 정식도로도 아니고 주차장도 아닌 이상한 공간이 있다. 북구청이 특별교부세 5억 원을 들여 만든 곳인데, 임시로 주차선을 그어놓고 주민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애초 넓이 8m의 소방도로를 120m 구간에 설치하려 했지만, 이곳과 맞닿은 소라맨션 주민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55m짜리 기형적인 공간을 만들어버렸다. 나머지 구간 공사를 완료하면 태왕아파트 앞 6차로 도로로 연결돼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되는데도 북구청은 이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44년 전인 1974년 도시계획상 확정된 도로를 1982년 만든 소라맨션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폭 6m의 좁은 소방도로에 주차 차량까지 겹쳐 출퇴근 시간이면 극심한 교통난을 겪는 경상고 인근 주민들은 북구청의 이상한 행정에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복현2동 한 주민은 “경상고 등·하교 차량과 학생, 일반 주정차차량까지 겹치는 출퇴근 시간이 되면 지옥이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도로를 일부 주민들이 막았다는 자체가 상식에 어긋난다”며 “북구청은 소라맨션 150세대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상고에 접근할 때 농협 신복현지점 입구 골목을 통해 진입하는 방법이 유일하다. 공항교 아래를 돌아 필마트 입구로 돌아가는 방법은 공항교부터 시작되는 정체 때문에 주민이나 학부모들이 꺼리고 있어서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북구청은 2014년 10월 특별교부세 5억 원을 받았고, 2016년 3월 9일 경상고 앞 소라맨션 담벼락 주변 55m 구간의 도로를 닦았다가 소라맨션 주민 반대에 부닥친 뒤 답보상태다.

심재웅 소라맨션 입주자대표는 “소라맨션 입구까지 연결되는 도로를 새로 개통하면 출퇴근 시간 입주민들이 교통체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서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소라맨션 재건축이 진행되면 민간사업자가 넓은 도로를 만들 수 있다. 재건축이 성사될 때까지 도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새 도로가 태왕아파트 앞 6차로 도로까지 연결되면 경상고 쪽으로 접근권이 강화되고 교통량 분산 효과까지 낼 수 있어서 소라맨션 주민들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않다”면서 “대지면적이나 고도제한이라는 특수성, 입주민의 경제적 여건 등을 종합하면 소라맨션의 재건축은 시기를 특정할 수 없을 정도여서 교통난을 겪는 다른 주민을 위해 구청이 나서서 도로 개설을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현2동 다른 주민은 “관청에서 도로를 닦아달라는 주민 요구가 빗발치는 상황에서 오히려 주민들이 도로 개설을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980여 명의 등·하굣길 학생 안전까지 위협받는다는 경상고 쪽도 반발이 드세다. 권효중 경상고 교장은 “소라맨션 주민들은 학생들의 안전까지 제쳐놓고 자신들의 이익만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3월 운영위원회를 거쳐 대대적인 도로 개설 요구 서명운동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소라맨션 150세대 주민보다 더 많은 주민과 경상고 학부모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대구시에서 특별교부금을 받거나 구청 자체 예산을 수립해 나머지 구간 도로를 개설하겠다. 소라맨션 주민에게도 다른 주민의 고통을 알려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