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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대 변호사
영화를 보면서 눈에 눈물이 몇 번 맺혔다. 진실한 순간이라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진실한 순간을 마주하면 감동한다. 2차 세계대전에 독일에 맞서야 했던 영국 수상 처칠과 영국 국민을 그린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전쟁에 맞선 사람들의 진정(眞情)을 보여준다.

박지향의 책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9장에도 처칠이 나온다. 처칠은 말버러 공작의 9대손이지만 명문대를 나오지 못했다. 단신에 말할 때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독서와 글쓰기로 열등감을 극복하고 끝없는 연습으로 명연설가가 되었다.

영화에서도 처칠은 대국민 연설문의 준비를 위해 혼신의 힘을 쏟는다. 히틀러와 평화협상을 주장하는 정치인들로부터 압박을 받고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히틀러와의 전쟁을 포기하지 않는다.

처칠은 전쟁을 앞두고 영국 국민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은 피와 노고와 눈물과 땀밖에 없다는 것을 선언한다. 희생하지 않고 슬픔을 넘어서지 않고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그는 바다와 땅과 하늘에서 모든 힘과 능력을 다해 전쟁을 하는 것이 정책이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다.

처칠이 나치와 평화협상을 하지 않고 전쟁을 수행한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그때는 물론 지금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처칠의 선택이 늘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결정은 종종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평화협상으로 히틀러의 야욕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이미 드러난 상태였다. 히틀러는 뮌헨협정을 통해 체코의 수데텐 지역을 얻고도 불과 5개월 후 협정을 파기하면서 체코를 합병했고 그로부터 6개월 후 폴란드까지 점령했다. 처칠은 환상을 갖지 않았고 국민은 싸움에 나섰고 마침내 승리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된 두 가지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먼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정상회담이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관련하여 원유 및 석유제품 수입 봉쇄를 포함한 미국의 초강력 제재에 직면해 있다. 북한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직접 미국과 대화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선택지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북한의 급조된 평창올림픽 참가와 마찬가지로 진정성이 결여된 보여주기식의 남북정상회담을 진행한다면 이는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없다.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불확실성만 더하는 일이 될 우려가 있다.

두 번째는 김보름 선수와 박지우 선수에 대한 국민청원이다. 김보름 선수가 팀 추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에서 뒤처진 노선영 선수에 대해 배려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박탈을 요구하는 청원에 많은 국민이 동의했다. 그런데 이 청원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경기에서 나선 선수가 ‘자신을 양보하는’ 팀워크를 보여주지 못한 것을 “개인영달에 눈이 멀어 동료인 노선영 선수를 버리고”라고 표현하여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린 행위를 마치 약자에 대한 갑질처럼 만들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선수들이 아니다. 팀 훈련을 제대로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실력 차이가 현저한 선수들로 팀을 구성한 빙상연맹 사람들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진실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김보름 선수는 폐막식 전날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 대통령은 고난의 시간을 이겨낸 김보름 선수에게 “잘했다. 좌절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잘 일어섰다. 장하다”고 말했다. 대통령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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