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수십억 들여 키운 컬링대표팀 ‘친정 경북‘ 방문
대한컬링연맹 인터뷰 불가 방침에 언론 통제 산하기관 행세
정치인들 촬영 공세로 엉망된 행사장 통제조차 안해 ‘빈축’

평창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자컬링대표팀이 27일 오후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 호텔에서 열린 ‘2018년 경북체육회 정기대의원 총회 및 제53회 경북최고체육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 선거홍보를 위해 어깨띠를 두른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해 선수들에게 악수와 사진을 요구하는 등 북새통을 이뤘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경북체육회가 지난 25일 막 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사상 첫 은메달을 따낸 컬링 국가대표팀이 경북을 찾았지만 300만 도민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마련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경북체육회 소속 국가대표 남녀 컬링팀 및 믹스더블팀은 27일 대구 인터불고 엑스코에서 열린 제53회 경북최고체육상 및 2018년도 정기대의원 총회에 참석, 그동안 아낌없는 지원에 대한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의 신화를 이룬 여자대표팀 김민정 감독은 전체 컬링팀을 대표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비인기종목이 컬링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경북도와 경북도체육회, 도민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특히 지난해 의성훈련원을 직접 찾아와 애로사항을 듣고 희망을 심어준 김관용 경북도지사님과 대회 끝까지 용기와 성원을 보내준 도민과 국민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김 감독의 간단한 인사말과 김관용 도지사의 격려금 전달 등으로 일정을 끝낸 뒤 곧바로 경북최고체육상 시상식 및 대의원 총회 일정에 들어갔다.

경북은 지난 1995년 김경두 현 의성컬링훈련원장의 제창으로 이름조차 생소했던 컬링을 전략종목으로 채택한 뒤 2001년 경북도에 국내 최초의 직장경기팀을 만들었다.

또 지난 2003년 일본 아이모리 동계아시안게임 단체전 우승으로 의성컬링훈련원을 건립하는 한편 2007년 경북체육회에 남·녀팀을 결성했다.

이후 평창동계올림픽에 믹스더블 종목이 추가되자 믹스더블팀까지 구성, 경북체육회는 3개 팀 15명(남자5·여자5·믹스더블2·감독 3)의 선수단을 갖췄다.

이들은 지난해 국가대표 결정전에서 모두 국가대표로 발탁됨에 따라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컬링종목에는 경북체육회 소속 3팀이 출전, 여자대표팀이 은메달의 영광을 차지했다.

경북체육회는 그동안 컬링팀을 운영하는 데만 매년 10억원 가량의 운영비를 집중투자해 왔다.

경북체육회가 통합되기 전 전체 예산이 130억원대 였던 것을 감안하면 전체 예산의 7%가량을 쏟아부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내자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평창동계올림픽 도중 빙상 여자 팀추월경기에서 벌어진 상황과 관련 선수와 선수, 선수와 감독간 상반된 인터뷰로 인해 갈등의 골이 깊어진 뒤 선수단 개별적인 인터뷰가 제한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날 평창동계올림픽 끝난 뒤 처음으로 경북을 찾은 컬링선수단은 감독에서부터 선수단까지 어느 누구도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이는 컬링팀 한 감독에 대한 인터뷰 요청에 “우리는 개별적인 인터뷰에 응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거부한 데서 확연히 드러났다.

문제는 경북체육회의 태도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매년 10억 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하며 컬링팀을 육성해 왔던 경북체육회는 이번 대회 이후 대한컬링경기연맹 측에서 ‘개별인터뷰 불가’라는 통보에 아예 언론인터뷰를 막아버렸다.

대한컬링경기연맹이 경북체육회에 어떤 통보를 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개별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면 미디어데이 등 공식적인 인터뷰 절차를 밟아 300만 도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경북체육회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의 입장만 앞세워 아예 인터뷰 기회를 막아버려‘경북체육회가 대한컬링경기연맹 산하단체인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경북체육회는 “오늘 컬링팀이 온 것은 대회 후 인사차 방문한 것이며, 조만간 성대한 환영식을 개최할 예정”이라는 어줍잖은 변명만 늘어놓았다.

결국 도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경북체육회는 한국 컬링 태동기에서부터 가장 먼저 투자를 하고도, 스스로가 대한컬링경기연맹 산하기관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또 이날 식전행사가 시작된 뒤 컬링팀이 행사장에 나타나자 선거운동차 참석했던 정치인은 물론 각계 각층이 사진촬영을 요청하면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정리하지 않아 누구를 위한 행사였는지 의심케 만들기도 했다.

한편 제53회 경북체육상 공로상에 손호영 경북축구협회장, 지도상에 김인균 경북도청 수영팀 감독, 최우수선수상에 조성훈(한체대·멀리뛰기)·윤진희(경북개발공사·역도)·최우수단체상에 포항시체육회 여자배구팀·신기록상에 김서영(경북도청·수영)이 영예를 안았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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