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현실 절망감 시로 형상화···문화재청, 3·1절 맞아 등록 예고

항일독립 문화유산인 이육사 육필원고 ‘편복’ 원본을 육사의 생존 유일한 혈육인 이옥비 여사가 3.1절을 하루 앞두고 공개했다. 지난달 27일 문화재청은 이 육필원고를 항일독립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안동이 고향인 시인 이육사(1904~1944)의 육필 원고가 ‘항일 독립 문화유산’으로서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육사의 친필 원고와 윤동주 시인의 육필 원도 등 6건을 27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이번 문화재 등록 예고는 3.1절 99주년에 맞춰 진행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문화재로 등록되는 이육사 친필원고 ‘편복’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1904~1944)가 남긴 시다. ‘편복’은 박쥐의 한자 말로, 동굴에 매달려 살아가는 박쥐에 빗대어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을 형상화했다.

당시 ‘편복’은 일제의 사전 검열에 걸려 발표되지 못했으나, 해방 후인 1956년 ‘육사시집’에 처음 수록돼 일반에 알려지게 됐다. ‘편복’은 이육사 시 중에서 가장 중량 있고 훌륭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친필원고는 유족들이 소장해오다 2004년 안동에 이육사문학관을 개관하면서 기증했다.

이육사문학관 수장고에는 현재 200여 점에 달하는 육필원고가 보관돼 있다. 문학관 측은 ‘시인의 육필전’을 개최하면서 작고 시인과 현역 시인의 육필원고를 꾸준히 수집해오고 있다. 수장고에는 이육사를 비롯해 박목월 시인의 ‘나그네’, 김소월, 조지훈, 한용운 등 수많은 시인들의 육필원고가 보관돼 있다.

3.1절을 하루 앞두고 만난 이육사의 막내 딸 이옥비 여사(77)는 “올해는 아버지에 대한 감회가 새삼 깊다”며 어릴 적 남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다.

이 여사는 육사가 세상에 남긴 유일한 생존 혈육이다. 이 여사는 “아버지에 대한 정은 기억나지 않지만 모습은 아직도 기억난다”며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대로 아버지의 뜻을 받들며 고향을 지킬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름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구슬 옥(玉)’과 ‘왕비 비(妃)’가 아니라 기름질 옥(沃)에 아닐 비(非)였다. ‘윤택하고 기름지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 이 여사는 ‘육우당’(六友堂)에서 생활한다. 육사를 비롯한 6형제의 우의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초 생가는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이육사 시비 자리에 있었지만 안동댐 건설로 안동 태화동으로 이건했다. 최근 3대문화권사업의 일환으로 이육사문학관은 새 단장을 해 생활관, 영상실, 전시관, 다목적홀, 세미나실 등을 갖춘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이육사문학관은 육사 정신을 잇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문학축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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