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영포빌딩 지하 창고에서 이명박 정부 청와대의 국정 문건들을 대거 압수한 검찰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검찰이 제대로 된 절차 없이 압수한 청와대 문건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내지 않고 수사에 활용하는 등 법을 어기고 있다는 취지다. 검찰은 압수수색 절차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하고 나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검장과 국가기록원장을 상대로 ‘부작위(不作爲) 위법 확인’ 소송을 냈다. 이 사건은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작위란 일정 행위를 하는 것이고, 부작위란 해야 할 일정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법률 용어다. 즉, 검찰이 ‘위법 압수물’인 청와대 문건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지 않는 것이 위법임을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것이다.

검찰은 1월 25일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쫓아 청계재단 소유 영포빌딩의 다스 창고를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민정수석비서관실과 국정원,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이 생산한 문건 등 국정 자료를 발견해 압수했다.

이후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에 있어야 할 청와대 문건들이 다스 창고로 불법 유출된 것으로 보고 해당 문건들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추가 발부받았다.

압수수색 영장으로 확보한 증거물은 영장에 적힌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추가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추가 영장을 발부받은 것 자체가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감추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받은 영장은 다스 수사와 관련된 것”이라며 “이와 관련 없는 물품까지 압수한 것은 영장 범위를 초과하는 잘못된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다.

또 “문건들은 청와대에서 이삿짐을 정리·분류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대통령 개인 짐에 포함돼 이송됐다”며 문건들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하라고 검찰이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따르지 않자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압수 과정이 적법했다고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5년 이상 계속된 불법 상태를 저희가 바로잡았다. 압수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불법 상태가 지속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를 신속히 종료한 후 적법절차를 걸쳐 대통령기록관에 문건을 전달할 것이다. 이는 압수수색 이후 기록관 측과도 이미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만약 법원이 이 전 대통령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검찰은 다스 창고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들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넘겨야 한다. 현재 검찰이 벌이는 문건 유출 경로 수사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반면 법원이 이미 검찰에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영장을 추가 발부해 준 만큼 검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원은 조만간 공판기일을 지정해 양측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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