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다리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산책을 갔다.
오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오후에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누웠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우리는 은촛대가 놓인 식탁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벽에 그림이 걸린 방에서 잠을 자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느 날인가는
그렇게 못하게 되리란 걸.





감상) 구름이 가득하다 내일은 비가 온다고 한다. 널어놓은 빨래들을 걱정한다. 햇살에 쨍쨍하게 말라 제 실오라기를 뽀송뽀송 세우는 수건의 그 까칠함이 사라질까봐 걱정한다. 쓸데없는 걱정이라 식구들은 말하지만 언젠가는 이 사소한 것도 못하게 될지 모른다. 창가에 앉아 구름을 보며 젖은 빨래를 걱정하는 일, 오늘은 행복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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