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학자 E.H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 했다. ‘역사의 교훈’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평가하고 전망하는 재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Great Depression)’도 세계 경제가 소용돌이칠 때마다 경제학자는 물론 세계 각 국의 국가 이익에 따라 새롭게 조명되곤 한다.

국제관계에서 새로 등장한 패권 국가가 기존 패권국이 가졌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때 재앙이 발생한다는 ‘킨들버거 함정’ 가설도 이중 하나다. ‘킨들버거 함정’ 은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역사가인 찰스 P. 킨들버거(1910~2003)가 1971년 낸 ‘대공황의 세계 1929-1939’에서 재기한 가설이다. 킨들버거의 대공황 무대에 등장하는 기존 패권국과 새 패권국은 각각 영국과 미국이다. 

‘킨들버거 함정’에서처럼 도널드 트럼프체제의 미국이 국익 최우선주의 정책을 펴면서 미국이 가졌던 패권국가의 리더십을 상실해 가고 있다. 또한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한 강대국들의 대응으로 국제사회가 재앙 속으로 빨려들 위험에 처한 것도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대해 무차별 ‘관세 폭탄’을 매기기로 하면서 미국발 대공황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공황 때도 미국발 고율 관세 조치가 전 세계에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촉발, 결국 각국은 심각한 불황을 오랫동안 겪었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가 대공황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들은 대공황 때 사례로 1930년 미국이 제정한 ‘스무트-홀리법’을 들었다. 이 법의 골자는 관세율을 미국 사상 최고로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1929년 10월 뉴욕 증시 대폭락으로 불황이 시작되고 내수기반이 무너지자 수입을 제한했던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철강관세 조치를 과거 대공황과 비교 한다는 것은 비약일지 모르지만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극단적 보호무역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자국 이익에 매몰돼 세계 리더십을 포기하고 있어서 ‘킨들버거 함정’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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