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물 마르자 모습 드러내

신라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유구가 무더기 발견된 경주 덕동호를 4일 오전 시민들이 둘러보고 있다.
겨울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난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에서 신라시대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유구가 무더기로 발견돼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3일 문화재청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덕동호에 대한 긴급 현황조사를 벌여 고신라인의 석곽묘 공동묘지가 덕동호 지역에 집중 분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날 약 1만㎡ 면적 대지에서 진행된 현장조사 결과 전체적으로 석곽묘와 적석목곽묘 약 100여 기가 확인됐고, 노출 과정에서 고분 상부가 유실되면서 굽다리접시 등 5∼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짐작되는 토기가 흩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단은 “긴급 수습조사의 필요성이 있다”며 “향후 수몰이 예상되는 범위에 대한 정밀조사를 토대로 매장문화재 보존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긴급 조사 실시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최근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덕동호를 답사하던 한 문화재해설사가 덕동호 바닥에서 5~6세기 고신라 석곽묘의 흔적을 확인하고 문화재당국에 신고 했다.

문화재해설사 이용호 씨는 “지난달 동료 해설사들과 호수 바닥을 답사하다가 신라 토기 조각들과 돌무덤들의 흔적을 확인해 경주시와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발견 사실을 신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라무덤 100여 기가 무더기로 발견된 지역이 수몰지역이어서 후속 발굴 여부에 대한 문화재청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 관계자는 “가뭄극복을 위해 준설공사를 진행하다 유구가 무더기로 발견됨에 따라 현재는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며 “신라 무덤이 발견된 곳은 우선적으로 보존조치를 한 후 문화재청의 결정을 지켜보겠지만,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준설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호는 1975년 건설된 후 연간 3132만㎥의 생활용수를 10만여 명의 주민에게 공급하고 있는 댐으로, 최근 상습 가뭄이 반복되면서 경주시에서 사전대책으로 80만㎡의 토사준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댐 건설 당시 고선사지가 수몰됐고, 절터에 있던 삼층석탑은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졌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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