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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룡 DGB금융지주 부사장
삼월의 첫 주말, 봄의 시작을 알리는 반가운 비가 내렸습니다.

극심한 가뭄과 혹독한 추위 속에 보낸 힘든 겨울의 터널을 지나 봄이 왔음을 알리는 고마운 비가 내렸습니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고 농사를 시작하는 봄에는 물이 가득해야 온 세상이 파릇파릇해지고 밭작물의 생육이 좋아집니다. 특히 모심기에 도움이 되어 풍년의 징조로 여겨지는 봄비는 고마운 비라고 ‘쌀비’라고도 합니다.

우리 조상들 역시 물을 넉넉한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도시의 대부분이 ‘州’자 형제들이며 경주와 상주지역이 ‘경’, ‘상’을 딴 경상도, 전주와 나주지역이 ‘전’, ‘라’를 따 전라도라 불리는 것입니다.

세계 4대 문명(황하, 메소포타미아, 인더스, 이집트문명)도 큰 강 주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메소포타미아’라는 이름은 중간, 사이라는 뜻의 메소와 강이라는 뜻의 포타미아가 합쳐진 것으로,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를 뜻합니다.

비록 4대 문명의 발상지가 지금은 그때의 영광을 뒤로하고 비교적 뒤처지고 있으나 유일하게 중국은 아직도 세계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 이유는 황하와 양자강을 연결하는 운하를 건설하여 물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즉 바로 물 관리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한편, 국가 간의 분쟁 요인은 종교, 영토, 자원, 식민지 등이며 20세기에는 후반에는 석유, 21세기에는 물이 분쟁의 중심에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3000여 개의 강이 두 국가 이상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으며 이 강을 중심으로 세계인구의 약 40%가 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뉴브강이 17개국, 콩고강과 니제르강이 11개국, 나일강, 라인강, 아마존강이 각각 10, 9, 8개국을 흐르며 이때 국가별 수자원 확보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먼저, 1967년 이스라엘의 6일 전쟁은 요르단 강을 둘러싼 물 전쟁이었습니다. 요르단강은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강으로 레바논과 시리아에서 발원하여 갈릴리 호를 지나 사해로 들어가는 강입니다. 6일 전쟁은 시리아가 요르단강 상류에 물길을 차단하자 이스라엘이 공격을 감행하여 6일 동안 치러진 전쟁입니다.

또, 나일강은 탄자니아에서 출발하여 우간다를 거친 백나일강과 이디오피아에서 출발한 청나일강이 수단을 거쳐 이집트로 향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디오피아가 수력발전을 위한 댐을 건설하여 이집트와 이디오피아 간의 분쟁이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터키, 이란, 시리아, 이라크를 흐르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과 중국, 인도,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원하여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강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 사이의 물 분쟁은 조마조마한 실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에서 시작해 미안먀,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지나는 메콩강은 인도차이나의 교통, 생활의 대동맥입니다. 그러나 중국이 메콩강 상류에 10여 개의 수력발전 댐을 건설함으로써 하류에 흐르는 물이 많이 줄어들어 물이 부족한 5개 국가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에 물 부족국가로 지정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평균강수량은 1283mm으로 세계 평균 970mm 보다 높지만, 국토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이 2755t으로 세계평균 22096t, 중국 5907t, 미국 34272t에 비해 크게 낮기 때문입니다.

서양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탈레스는 “생명의 근원을 물”이라 했으며, 동양 역학의 5행은 태양과 수성, 목성, 화성, 토성, 금성 그리고 달과 지구의 조화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5행은 5개 별의 원소인 물, 나무, 불, 흙, 쇠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중 물은 만물을 적시며 각자가 갖고 있는 영양분을 공급하며 낮은 곳인 바다로 향하여 짠맛을 만듭니다. 도덕경에서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은 물이라고 했습니다.

이 땅에 내리는 반가운 봄비를 보고 마침 라디오에서 나오는 유명가수의 노래 봄비를 듣습니다. 봄비가 많이 내려 도연명의 한시 ‘사계’의 한 소절처럼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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