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6일 독일에서 한-중 정상이 만났다.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을 비롯, 19개국 정상과 EU대표가 참석한 자리였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이후 첫 다자외교에 나서 메르켈 총리, 푸틴 수상, 아베 총리 등과도 회담을 가졌지만 하이라이트는 시진핑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이었다.

주요 의제는 북핵 문제와 사드배치 문제였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앞으로의 한-중관계를 내다볼 수 있는 상징적인 회동이었다. 정상회담 후 발표된 성명에서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이 말은 자기 입장만 이야기하고 분위기도 별로였으며 아무런 합의 없이 헤어졌다는 의미였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게 세상 이치다. 국제관계에선 이 이치가 더 적나라하다. 만만하게 보이다간 ‘핀란드화(Filandzation)’의 사슬에 묶일 수 있다. 노키아의 나라, 자작나무에서 추출되는 자일리톨로 유명한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강소국 핀란드는 냉전시대 소련의 눈치를 보며 유약한 중립정책으로 소련에 묵시적 굴종 정책을 일관, 멸시를 당한 아픔이 있다. 겉으로는 자주독립을 유지하나 사실상 이웃한 강대국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미리 알아서 자기검열을 실시하는 것을 ‘핀란드화’라 부른다.

핀란드는 서방에 속하면서 반소(反蘇)정책을 펴지 못하고 소련의 내정간섭 속에 오랜 기간 죽어서 지냈다. 국제무대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국민이 위축돼 스스로 자기검열을 통해 알아서 기었다. 1985년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 조치로 자기검열의 사슬에서 풀려났다.

한국에 사드 배치를 반대, 한국을 향해 중국의 협박과 보복이 치닫고 있을 때 중국 눈치만 보면서 제 목소리도 못 낸 한국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한국의 핀란드화와 한미동맹의 균열을 염려하는 소리가 높았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에 대해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해 나가라”고 지시하자 많은 국민이 “그 말은 중국의 사드보복 때 나왔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미·중 사이에 줄 잘 서라는 협박에 결연히 대응했더라면 중국이 우리의 바다와 하늘을 마음대로 넘나들 만큼 만만하게 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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