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으니
이 외롭고 깊고 모진 골짜기를 떠나 저 푸른 골짜기로


그는 다시 골짜기에 맑은 샘처럼 생겨나겠지
백일홍을 심고 석등을 세우고 산새를 따라 골안개의 은둔 속으로 들어가겠지
작은 산이 되었다가 더 큰 산이 되겠지
언젠가 그의 산호(山戶)에 들르면
햇밤을 내놓듯
쏟아져 떨어진 별들을 하얀 쟁반 위에 내놓겠지






감상) 내가 이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에서 태어난다면 풀잎 끝에 달린 빗방울 하나로, 제일 먼저 눈뜨는 봄 꽃 한 송이로, 얼음 밑 유영하는 물고기 한 마리로, 이 세상의 나는 까마득히 잊고 이 세상의 사람도 까마득히 잊고 어쩌다 익숙한 목소리 들리면 어디에서 들었을까 한 번쯤 생각하다 금방 잊어버리는……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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