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문화적 대변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공권력의 정점인 검찰에서 처음 불기 시작한 이 바람은 문화예술계와 교육계, 정치권력, 종교계에까지 몰아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인사의 성폭력은 물론, 일상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미투’는 우리 사회 전반의 왜곡된 성 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불륜 스캔들을 흔히 구약성서에 나오는 밧세바와 다윗왕의 이야기로 풀이했다. 국민의 사랑을 받던 다윗왕이 유부녀 밧세바에 빠져 계속 잘못된 결정을 하고 파멸해 가는 과정이 이들의 행위와 닮았다는 것이다. 이를 ‘밧세바 신드롬’이라 부르며 성공한 리더들의 도덕적 해이를 설명한다. 한국사회에 불어닥친 ‘미투’는 밧세바 신드롬을 훨씬 능가한다.

‘미투’가 확산되면서 남성들 사이에는 아예 문제 소지를 만들지 않으려고 ‘펜스의 법칙’(Pence‘s rule)을 따르는 모습도 보인다. ‘펜스의 법칙’이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성 추문을 피하기 위해 아내 외에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고 밝힌 데서 유래됐다. 명 배우 신성일씨의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여성과 단둘이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한다. 불필요한 스캔들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러한 펜스의 법칙이 일반인들 사이에도 확산하고 있다. 벌써 기업에서는 여직원과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기 위해 업무지시를 문자메시지로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또 회식문화도 사라지게 됐다는 것이 기업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미투’가 남성 중심적 한국사회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꿀 중요한 계기라고 평가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성 시각에서 만들어진 사법체계를 포함해 성폭력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남성이 늘어나야 주변 남성들도 영향을 받아 사회 전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고 한다.

한국사회에 불고 있는 ‘미투’ 운동이 단순한 ‘쇼크’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변혁’의 태풍으로 변하고 있어서 사회 제도나 관습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고 있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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