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에 대해 ‘호피흥정’ 낙관론자들이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안보팀 중에 ‘호피흥정’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피흥정’은 가격만 맞으면 호랑이하고 흥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큰 착각이다. 호피를 준다는 것은 곧 죽음인데 호랑이가 제 죽을 짓을 할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도 호피흥정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대가만 충분하다면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바로 이러한 착각이 ‘호피흥정 기대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음이 이미 확인됐다. 북한은 한 번도 핵무기를 포기하려고 협상 테이블에 앉은 적이 없다. 북한은 지난 20여 년 동안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면서 석유와 식량을 얻고, 뒤로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해 능력을 증강 시켜 왔다. 이 때문에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와 협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무 하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핵 협상 기만전술의 주 무기는 자해공갈이다. 미국의 폴 브래큰 교수는 북한의 ‘너 죽고 나 죽자’ 자해공갈 전술을 ‘이웃집 거실에 갑자기 나타나 권총 자살 위협하기’라고 명명했다. 

문신을 한 깡패가 이웃집 거실에서 권총을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겠다고 위협하자 거실이 피바다가 될 것을 염려한 주인은 깡패를 달래면서 요구를 다 들어준다는 것이다. 깡패는 일단 이웃집 주인의 말을 듣는 척하다가 얼마 안 가 다시 위협한다는 것. 그래서 북한의 기만전술의 해결책은 호랑이 가죽이 필요하면 호랑이와 흥정할 것이 아니라 호랑이를 때려잡는 것이 상책이라 했다. 

영변 핵실험에서 우라늄 추출 징후를 포착한 1990년 이후 한국과 주변 4강은 ‘당근과 채찍’에 의한 온갖 조치를 동원, 북한을 압박했지만 결론은 완벽한 실패였다. 지도자들이 ‘호피흥정’ 환상과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었다. 

대북특사단의 보고에 따르면 남북 정상 간에 핫라인을 설치하고, 4월 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했다. 이번에도 시간벌기용 협상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는 대화가 원칙이지만 북한의 기만전술에 또 넘어가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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