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jpeg
▲ 박창건 국민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보호무역이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2018년 3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안보와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왜냐하면 미국은 한국, 중국, 일본 등의 주요 무역상대국으로부터 거액의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그들에게 호혜세(reciprocal tax) 부과를 선언했다. 하지만 자국의 국내에서는 원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인상, 제조업 전반에 미칠 부작용, 무역 전쟁에 따른 보복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의 사설에 의하면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과 전 세계에 파괴적인 경제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보복 관세는 ‘글로벌시대 무역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같은 논리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가안보를 들어 보호무역주의를 정당화하면 다른 나라들이 똑같은 이유로 미국 제품에 관세를 부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에 중국, 유럽, 캐나다 등 주요 대미 수출국은 물론,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2 대공황을 부를 것’이라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무엇 때문에 일방주의적 보호무역을 주창하고 있는가?

첫째는 기업인 논리로서 세계 경제를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으로 ‘어떤 나라가 거래를 하는 거의 모든 나라들과의 교역에서 수십억 달러를 잃고 있다면 무역 전쟁은 좋은 것이며, 그리고 이기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우리나라와 우리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면서 ‘여러분에게 철강이 없으면, 여러분에겐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를 기업 경영하듯이 이윤 창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역전쟁이라도 치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둘째는 FTA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한국과의 FTA 개정 협상에서도 관세 폭탄을 압박용 카드로 활용될 것으로 제기된다. 관세 폭탄을 관련국과의 무역 관계 속에서 다목적 압박용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이는 폐기 위협과 재협상 등 NAFTA와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한미 FTA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셋째는 2018년 11월의 중간 선거 승리를 위한 맞춤형 전략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실업률 4.1%를 거론하며 ‘소비제품의 가격이 올라갈 수 있지만, 일자리가 생긴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의 전략은 러스트벨트(미국 중서부 미시간, 오하이오 등 쇠락한 공업지대)에서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해 그의 지지층인 백인 저소득층을 재결집하는데 모아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 선거를 접수하고 2020년 재선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백인·노동자를 공략하는 쪽으로 중간 선거 전략을 맞춤형으로 재편해 무리해서라도 통상압박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논의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보호무역은 지극히 ‘제로섬-게임’의 논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보복관세로 맞대응하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세계 경제를 암흑에 빠뜨렸던 대공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구축돼 온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간 동맹과 상호 호혜적 자유무역 질서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보호무역으로 인해 무역전쟁이 제기되는 만큼, 한국도 미국발 무역전쟁을 마냥 팔짱 끼고 볼 수만은 없는 처지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등 관련 부처의 명확한 대응 조치가 없다. 정부 차원에서 통상교섭본부를 중심으로 관련 부처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