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틸·세아제강 등 강관업체 생존위기 내몰려
포항시·상의, 지역경제계와 대응방안 마련 부심

미국 트럼프 정부가 지난 8일(현지시간)캐나다와 멕시코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포항 철강산업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9일 미국의 이번 관세부과 조치로 올해만 약 9000억 원 수출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취업자도 1만4000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역은 철강 메카인 포항을 비롯해 광양, 당진 등 철강산업 중심지역들이다.

우리나라의 철강재 수출 규모는 전체 수출액 5747억 달러의 6.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11.6%(약 40억 달러)가 미국으로 수출된다.

포항의 경우 연간 대미수출액이 11억3300만 달러에 이르며, 지난해 말 기준 미국 시장 수출 철강재 355만t 중 포항지역에서만 123만여t을 차지한다.

철강업계는 20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제불황과 철강공급과잉에 이어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장벽과 사드 사태 등으로 문제가 첩첩이 쌓여 왔다.

특히 철강업계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초부터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 왔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25%는 관세부과는 특정기업에게 있어서는 생존의 기로에 서야 할 만큼 다급한 상황이 됐다.

일단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의 경우 당장의 피해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8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함에 따라 우리나라 철강 수출품 가운데 파이프와 튜브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됐다.
9일 이들 기업에 따르면 포스코의 대미 철강수출물량이 전체 생산량의 3%가량에 그치고 있는 데다 지난 2016년부터 무역장벽을 뚫을 수 있는 WP제품 등 고급강 시장 규모를 늘려온 데다 미국 현지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왔다.

현대제철의 경우도 대미 수출액이 거의 미미한 수준인 데다 포항 공장의 경우 봉형강 위주 생산체제여서 그 영향이 더욱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제강도 전사 규모로 했을 때 대미수출량이 4% 정도에 머물고 있으며, 포항제강소에는 이마저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미국 철강 수출물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유정용 강관과 송유관 등 강관제품 생산업체인 세아제강과 넥스틸 등 2개사다.

무역확장법 제232조 적용 대상이 되는 한국산 철강제품은 지난해 기준 약 30억 달러에 이르며, 이중 강관·튜브제품이 16억3000만 달러 규모로 전제 60%에 이른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에만 40만t 규모의 강관을 미국에 수출한 넥스틸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넥스틸은 이미 지난해 46%의 예비관세율를 적용받고 빠르면 오는 4월께 확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25%의 관세가 추가되면 사실상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넥스틸은 현재 포항공장에 있는 설비 일부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성만 넥스틸 전무는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71%의 관세율이 부과될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세율을 피하기 위해 설비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세아제강 역시 전체 생산량의 70%를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2.3∼6.66%의 예비관세율이 부과된 상황에서 25% 관세가 추가되면 상황이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세아제강은 미국에 연산 15만t의 파이프·후처리 공장을 설립했지만, 지난해 약 50만 t 규모를 수출했던 것을 감안하면 피해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처럼 강관업계가 타격을 받게 되면 지금은 큰 타격이 없지만 포스코 판재류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어 가뜩이나 어려운 포항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철강관세 폭탄이 현실화되자 포항시는 물론 지역 상공업계와 철강공단업계들은 ‘올 것이 왔다’면서도 마땅한 대안을 찾아내지 못해 부심하고 있다.

포항시와 포항상의, 철강업계 등은 지난달 말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2015년 철강업계 구조조정이 시작된 후 신규업체 유입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다 기존 업체들의 사업확대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관세폭탄 사태로 인해 기업유출이 현실화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당장 넥스틸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경우 취업인구 감소는 물론 지역 생산력 저하, 철강공단 침체 등 부수적인 문제가 불가피하다.

포항시는 이와 관련 기존 업체들의 미국 시장외 해외시장 개척 지원방안, 자금부담 축소를 위한 금융지원 방안 등 다각적인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포항상의도 광양·당진 등 철강중심도시 지역들과의 공동대응을 통해 정부의 철강산업 지원방안 마련 등 위기 탈출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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