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을 멈춘 밤은 혼란스럽다.
별들도 염주알처럼 지상으로 쏟아진다.
길 잃은 달이 골목을 배회하고
잘 못 든 생각들이 하늘에 가 박힌다.

너도 회전하지 못해 어지럽다.

구슬을 굴려본다.
어둠을 깨우려
해바라기가 덜컹거리며 나와 동행한다.

멈춘 거푸집에 나를 넣고 다시 동력을 전달한다.
속에서 나는 겉돈다.
겉돈 것들이 우주 밖으로 나가 유영한다.

회전을 멈춘 것들이 빠져나와
주렁주렁 오렌지를 맺는다.

난폭한 자전을 멈추고 나는
흩어진 구슬들을 모아 줄에 꿰어본다.
동그란 줄이 나를 굴린다.




감상) 그 땐 가끔 당신이 내 손을 동그랗게 말아서 당신 그 큰 손바닥 안에 넣어 잡아주곤 했었지.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당신 손바닥 안에서 잠을 자고 아침을 맞았지. 가끔 빗소리가 들리면 손가락 틈으로 들어오는 뿌연 하늘을 보기도 했지. 요즘은 가끔 그 하늘이 그리워.(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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