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날 밤
겸손히 무릎을 꿇고
사람의 발보다
개미의 발을 씻긴다


연탄재가 버려진
달빛 아래
저 골목길


개미가 걸어간 길이
사람이 걸어간 길보다
더 아름답다




감상) 단지 봄이라서 그랬다. 오래 미뤄뒀던 편지를 썼고 낯선 답장을 받았다. 손톱을 길러보기도 했으며 머리는 짧게 자르리라 다짐했다. 버려진 나뭇가지를 주워와 물병에 꽂기도 했으나 꽃은 피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봄이 오지 않으면 오지 않을 가로수였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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