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서양화가 김두환, 나혜석을 만나다’ 주제

김두환 은행나무
한국 근대 미술의 문을 열었던 선구자들의 작품들을 경주에서 만난다.

경주 휴먼갤러리(대표 김범식)는 오는 16일 오후 4시 휴먼빌딩 1층 휴먼갤러리(경주시 용담로 92) 개관식을 열고 ‘한국 1세대 서양화가 김두환, 나혜석을 만나다’는 주제로 개관 전시회를 개최한다.

이번 개관전에는 우리나라 근대 미술 여명기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설봉(雪峰) 김두환(1913~1994)의 작품과 그의 화실에 소장돼 있던 한국 최초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 작가(1896~1948)의 작품 등 그림 30여점이 전시된다. 두 사람은 해방 전후 고암(顧菴) 이응노 화백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한국 근대 미술의 경지를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충남 예산 출신인 김두환은 1930년대 일본 유학을 통해 익힌 다양한 서양 미술 사조를 토대로 한국 고유의 풍경과 정서를 담아내는 ‘향토 예술’을 구현하는 데 평생을 집중했다.

해방 이후 김두환 회화연구소를 열었으며 한국전쟁 중에는 종군화가로 복무하기도 했다. 이후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 이응노, 나혜석 등 당대를 대표하는 작가들과 교류를 통해 유화, 수채화,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으며 특히 드로잉에서 독창적인 경지를 이룩했다는 평가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가 1949년 열린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에서 ‘향원정’으로 입선한 초기 작품부터 경주를 소재로 그린 ‘신라의미소, 경주 남산 마애조상군’(1963년, 유채), ‘경주계림’(1966, 유채), ‘은행나무’(1977, 유채)처럼 한 가지 대상을 30년간 반복해서 여러 가지 기법으로 표현해낸 화백의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나혜석 이름 앞에는 언제나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 여성 최초로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 입학해 서양화를 전공하고 1921년 개인전을 통해 유화작품을 선보이며 한국미술에서 서구 미술양식의 도입에 선각자 역할을 했다.

당대에는 ‘나쁜 여자’로 낙인찍혀 말년에 쓸쓸히 세상을 떠났지만 숱한 고난 속에서 시대를 앞선 그의 예술혼은 지금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개관전에는 수채화 ‘시골풍경’과 ‘수박’ 등이 선보인다. 차분한 터치와 단순한 묘사를 통해 나혜석 특유의 서구적인 표현 감각과 신선한 기법을 엿볼 수 있다.

휴먼갤러리는 이번 개관전에 이어 ‘국전 작가회’와 ‘아! 대한민국전’을 준비해 상설 전시하고 이동표, 최예태, 송용 등 최근 화랑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작가 초대전도 열 계획이다.

휴먼갤러리 김범식 대표는 “경주는 해방 직후 경주예술학교가 설립돼 1세대 서양화가들이 대거 배출되는 등 국내 근·현대 미술사에 큰 획을 남겼다”며 “국내 1세대 원로작가와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꾸준히 전시해 지역의 문화 갈증이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혜석 수박
김두환 향정원
김두한 신라의 미소, 경주 남산 마애 조상군(1)
나혜석 시골풍경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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