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정규 문학평론가
봄꽃 개나리를 보면 ‘일본인 개새끼가 나타나 선량한 조선인을 물어 갔다’라는 말이 은연중에 떠오른다. 요즘 일본이 자기들 고유 영토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억지 궤변을 늘어놓은 걸 들을 수 있다. 그 말 듣다 보면 더욱 더 ‘일본인 개새끼가’라는 말이….

엊그제까지만 해도 날씨가 몹시 차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도 오들오들 떨었다. 그런데 복수초며 개나리가 경쟁이라도 하듯 봄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식물 중에는 생김새도 이름도 이상스러운 게 많다. 버들강아지 쑥부쟁이 같이 듣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이름이 있는가 하면 개부랄 꽃, 개똥 쑥, 산 괴불주머니, 나도 수정초, 등 이상한 식물 이름도 적지 않다. 그런가 하면 개나리처럼 나쁜 것에 비유하는 식물도 있다.

개나리는 추위와 공해에 강한 노란색 통꽃 식물로 양지바른 하천가나 산비탈 등에서 잘 자란다. 뿌리에서 돋아난 가지 마디마디에 노랗게 꽃이 피었다가 파란 잎이 돋아나면 꽃은 진다. 그런 개나리는 약으로도 쓰인다. 특히 개나리꽃으로 담근 술은 여자들의 미용과 건강에 좋다.

봄을 알리는 꽃, 희망과 안정을 주는 꽃, 우리와는 친근한 꽃이다. 그런 꽃이 5천 년 우리 역사 중 일제식민지 지배를 받던 시절 조선총독부 일본인 경찰을 ‘개새끼’ 또는 ‘나리’라고 했다.

‘개새끼’는 일본인 경찰을 나쁜 의미로 그들이 없는 곳에서 ‘개새끼’라고 불렀다. 일본인 개새끼가 나타나 선량한 조선인을 물어갔다. 그렇게 말을 했다.

‘나리’는 그들 앞에서 듣기 좋게 부른 말이었다. 아부의 표시로 나리님, 그렇게 부르기도 했다. 그렇게 일본인 경찰을 때와 장소에 따라 ‘개새끼’라고 또 다른 때에는 ‘나리’로 불렀다.

식민지 시절 여름 오후 늦은 때였다. 이상재 조선일보사장이 서울 종로 YMCA회관에서 강연을 하다 청중석에 일본 조선총독부 경찰이 눈에 띄었다.

그걸 보는 순간 이상재 사장이 유리창 넘어 먼 산을 바라보며 ‘허 개나리가 만발했구나’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개나리, 비록 식물에 불과하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개나리를 때론 ‘개새끼’라는 말로 때론 ‘나리’라는 말로써 왔다.

개나리는 대표적인 봄꽃이다. 그런데 요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에 의해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변화가 심하더니 봄 아닌 가을에도 누렇게 변해가는 잎 사이로 노란 꽃봉오리를 올망졸망 달고 수줍은 모습으로 길손들을 반기기도 한다.

아직은 봄이라고는 해도 바람이 차가운데 양지바른 곳 울타리에 개나리가 피었다. 울타리에 핀 개나리꽃을 보며 일본 제국주의 경찰을 가리켜 ‘허 개나리가 만발했구나’ 라고 말한 이상재 사장을 떠올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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