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하나 장만했어요
바닥에 내려놓는
희고 네모난 것입니다


무엇을 넣어야 할까


넣으려 다짐한 것들은
들어가지 않아서


요즘엔 그래서


서랍에 저를 넣어두고 다니며
서랍만큼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모두들
사람 되었다며
칭찬해 줍니다


빛바랜 야광별 대신
파리 내장이 무수히 박혀있는 천장을
바라보며


파리가
아무리 성가시게 굴어도
나는 이제
아무렇지 않게

잡니다


(후략)




감상) 비닐하우스 위로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그 안에서 자라고 있을 푸른 것들 오늘은 배불리 아침밥을 먹겠습니다. 숟가락 하나 들고 속살거리는 그들의 밥상 언저리에 끼어 앉고 싶습니다. 그렇게 아침밥을 먹고 나면 텅 빈 내 마음의 서랍들이 가득가득 푸르를 것만 같습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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