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부 개헌안 초안이 국민주권, 기본권 강화, 지방분권 강화, 견제와 균형, 민생개헌이라는 5대 원칙으로 정리된다. 그러나 지방분권에 대한 조문이 상징에 그치는 등 내용면에서 매우 부족하다. 지방분권을 요구해온 지방사회의 염원이 반영돼 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초안에는 대통령 4년 연임제 채택, 수도조항 명문화, 대선 결선투표 도입, 5·18 민주화운동, 부마항쟁, 6·10 등 헌법 전문(前文) 포함, 사법 민주주의 강화, 국회의원 소환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논란거리인 ‘촛불집회’를 전문에 포함하지 않기로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정부형태(권력구조)로는 ‘대통령 4년 연임제’를 채택했다. ‘중임(重任)제’가 아닌 ‘연임(連任)제’다. 권력구조(정부형태)는 제1야당인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가장 첨예하게 반대하는 쟁점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개헌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높이려면은 최종 발의안에서는 야당과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수도에 관한 명문화된 조항도 있다. 헌법에 수도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관습헌법에 발목 잡혀 무산된 ‘행정수도 구상’을 재추진할 길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수도권 과밀화 해소에 통큰 결단 가능성이 열리는 내용이다.

자문특위는 헌법기관 구성에 관한 국회의 권한을 확대하고 법률안과 예산안 심사권을 실질화하는 한편, 대통령의 헌법기관 구성권한을 축소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는 데 초점을 뒀다. 또 대법관 제청권과 헌법재판관 지명권 등 대법원장의 과도한 인사권을 축소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모두 민주주의제도를 강화하는 바람직한 내용이다.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는 한편, 각종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인 안전권을 신설하는 등 실질적 평등을 확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러나 초안은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 질서임을 천명하는 자치분권의 이념을 헌법에 반영했다. 초안에는 지자체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헌법에는 지방자치를 확대한다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기로 했다. 현행헌법보다는 진전됐지만 미미하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개헌안 초안을 토대로 오는 21일 정부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헌안 초안은 그동안 논의돼온 헌법 개정안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개헌안은 대의민주주의 원칙상 대통령이 아닌 국회가 여야 합의로 발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회 의석 구도상 116석의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는 개헌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여야 영수회담 등 어떤 형식이라도 야당들과 조속히 개헌안 의견 수렴에 나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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