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5시 서울 뚝섬 성수아트홀
그녀는 사북에서 살았다. 광산 갱도입구와 화약고를 지키는 경비원과 검탄원 일을 하셨던 아버지가 진폐증을 얻자 가족 모두가 사북을 떠날 때까지 30년 동안 그녀의 고향은 사북이었다.
“빗물에 패인 자국 따라
까만 물 흐르는 길을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골목길 돌고 돌아 산과 맞닿는 곳
앉은뱅이 두 칸 방 우리 집까지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한밤중, 라면 두 개 싸들고
막장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 길에
하느님은 정말로 함께하실까요” <임길택 시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 중에서>
그중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돌아가는 꽃’은 가수 김광석이 생전에 부르기로 한 곡이었으나, 녹음하기 직전 비보가 전해지면서 중단된 사연을 갖고 있다는 곡이다.
박경하는 마치 광부가 원석을 캐기 위해 막장까지 내려가 그 갱도 속의 분진과 열기, 습기를 견뎌내듯, 자신이 부를 시가 지닌 근원적인 순수성이 찾아질 때까지 오랜 탐색의 노고를 감수하는 가수로 유명하다. 그래서 시를 마음으로 노래하는 ‘시노래 가수’라는 평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