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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인술 오천고 교사
모든 학교가 새 학기의 시작으로 분주한 3월이다. 교정은 다시 찾아온 봄기운과 함께 스스로 잠재력을 믿고 도전하는 학생들을 맞이하고 있다. 고교 신입생에게는 학생 선택중심 교육과정인 2015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며 그 핵심은 학생 선택권의 강화로 2020년 고교학점제 도입을 지향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 교육 강국 핀란드의 교육제도를 가져와 도입한 제도이다. 핀란드는 정서와 식민 지배를 경험한 역사적 상황이 우리와 비슷하며 교육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고교학점제는 과목을 최대한 개설하는 것이 원칙이고 학생의 과목선택권과 선택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여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습 선택권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는 과도한 경쟁과 입시부담을 덜고 진로와 소질·적성에 따라 교육활동에 참여하여 경쟁 대신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배워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인간 육성을 위한 교육 과정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고교 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에서 고교학점제운영을 제시하였으며, 1월에는 고교 교육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2018 고교 교육력 제고 사업 지원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핵심은 고교학점제의 정착으로 올해 연구학교 54개교 선도학교 51개교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고교학점제는 ‘과목선택제’를 토대로 학점과 졸업을 연계하는 제도’로 교과별 이수 성취 기준에 도달한 학생에게 학점을 부여함으로써 설정해 놓은 최소 졸업 학점에 도달하는 학생에게 졸업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순차적으로 인접 학교와 수업을 넘나들 수 있는 공동교육과정을 개설하고 개별 과목 이수기준의 절대평가와 온라인으로 수강할 수 있는 ‘고교 K무크’ 도입, 학년구분 없이 선택과목을 이수하는 무학년제 실시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은 지식재산(IP)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배타적 사회구조를 탓할 여유가 없지만, 미래사회에 맞는 교육으로 청소년의 역동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주목받고 있다. 이유는 표준화된 교육과정이 아닌 유연하고 개별 맞춤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양과 질의 시대를 넘어 격(格)의 시대를 지향하면서 학생들의 의견과 삶이 존중받는 교육활동의 필요 때문이다.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교사별 평가나 수업별 평가가 이루어져야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수업으로 가능해진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은 교육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입시와 연관된 과목 위주 개설과 교사의 인적 배치나 학교시설 여건상 쉽지 않다. 무엇보다 교과별 이수 최소 성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도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학교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적정한 교원과 다양한 규모의 교실 수 확보 등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교육 성패는 교사에 달렸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교육공동체의 패러다임이 바뀌어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학교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향상된 권리를 사회적 차원에서는 무시당하지 않을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번스타인이 주장한 말의 의미를 돌이켜 보아야 한다. 학생들 모두 꿈이 있는 미래를 만들어갈 학창의 여정 위에 한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잘 견디어 낙오자가 없이 ‘생존’(Survie)이 아닌 ‘진짜 삶 (Sur-vie)’을 찾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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