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공원엔 비명이 꽃핍니다
도대체 어떤 믿음이 저렇게
비명을 질러대는 걸까요
믿음은 힘이 세고
구심력과 원심력에 매달려
아찔한 생을 소진하고 있는 걸까요
밖으로 튀어 나갈 수 없는 이 놀이는 무섭습니다
현기증을 다독이며 회전하는
공중의 수를 서서히 줄이기로 합니다
훌라후프처럼 돌리고 돌리던
저녁의 둘레를 줄이면
둥근 공포는 야광으로 빛날까요
노랗게 질릴수록 안전 운행을 믿지만
믿어서 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힘이 센 믿음에서 이탈하고 싶지만
굴곡의 운행은 중도하차를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존재의 끈을 놓지 않고
기어이 튕겨나간 방식으로 지킨 일생이라면
저렇게 즐거워도 됩니다
멀미를 추스르며
현란한 굴레를 휘돌리던 바퀴들의 공중
즐겁던 아비규환이 조용합니다
어떤 절정도 저렇게
가볍게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후략)




감상) 내 마당에 있는 그것은 형체나 소리 없이도 잘 돌아갑니다. 가끔은 날아가던 새들이 그것에 부딪쳐 휘청거리기도 하고 자라던 나무의 큰 가지들은 방향을 바꿔 다른 길로 자라기도 합니다. 나는 어떤 저녁이나 어떤 비 오는 날이면 그 꼭대기에 앉아 커피를 마십니다. 어떤 슬픔도 내 발 아래에서 고요해지는 순간입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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