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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외출·외박 구역 제한 폐지해야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등록일 2018년03월14일 19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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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국방부는 지난달 21일 군적폐청산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장병의 외출·외박 구역 제한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2주 후에 국방부는 말을 뒤집었다. 지난 7일 서주석 차관은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와 간담회를 연 뒤 외출외박 제한규정 폐지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12일 송영무 장관과 만난 뒤 “강원도 접경지역 군인의 외출·외박 구역제한문제는 현행 유지 쪽으로 결론 날 것”이라고 밝혔다. 돌고 돌아 제자리로 와 버린 것이다. 쌓인 적폐가 청산되었다며 국방부의 ‘폐지’ 방침을 환영했던 장병들과 가족들의 실망이 보통 큰 게 아니다. 특히 국가가 말 뒤집기 한 것에 대해 실망이 크다.

장병들은 외출외박 시간을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쓸 권리가 있다. 장병들에 대한 외출외박 구역 제한조치는 자유권을 제한하는 반인권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시행된 시기가 반세기나 지났다. 그 당시에는 교통이 발달되지 않았고 장병들에 대한 기본권 보장 의식도 희미했기 때문에 외출외박 구역 제한조치는 별다른 저항 없이 받아들여졌다. 지금은 어떤가. 교통 시설도 크게 나아졌고 차량 속도도 무척이나 빨라졌다. 무엇보다도 장병들에 대한 인권보장 요구가 뜨겁다.

군인들은 온몸을 바쳐 국가에 봉사하는데 국가로부터 받는 대우는 보잘것없다. 지난해 병장의 월급이 21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오르긴 했지만, 이병 월급은 30만 원이다. 2012년만 해도 병사 월급은 9만 원에 불과했다. 막사에서 집단으로 거주해야 한다. 생활 여건은 좋지 않고 ‘안전 환경’은 열악하다. 여전히 왕따 현상이 존재한다. 병사들은 하루 일과 모두를 국가의 처분에 맡기고 있다. 개인의 자유가 박탈된 삶을 살고 있는 군인들에게 외출, 외박조차 원하는 곳에서 보낼 수 없도록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

지난해 한국사회는 혁명에 준하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촛불 항쟁으로 새 정부가 탄생하자 그동안 싸여왔던 불합리한 법제와 관행, 비리와 부패 구조에 대해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했다. 군인 외출외박 구역제한 폐지 요구 또한 쌓이고 쌓인 요구 가운데 하나다.

군인들은 군부대 인근 상인들의 바가지요금 부과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지난 12일 ‘군대 외출·외박 위수지역 제한철회 및 바가지요금 적발 시 엄벌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청원란에 올라왔다. 서명에 참여한 한 청원인은 “의무만 당겨 쓰지 말고 권리도 누릴 수 있게 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군인을 위하니 뭐니 해봐야 이런 부분이 개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고 말한다. 구역 확대 청원도 올라와 있다. 군인 외출 외박 제한 문제는 인권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절박한 민생문제이기도 하다.

군 당국은 그동안 사병을 홀대하면서도 바가지요금은 방치했다. 바가지요금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군인 외출외박은 제한 없이 허용되어야 한다. 물론 상인들의 고통도 여러모로 클 것이다.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제한을 받고 살아왔다.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다른 대책을 요구해야 하고 국가와 지자체는 즉시 응답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군인을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된다. 군인은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다. ‘상인들의 생존권’ 또는 ‘상권 붕괴’를 이유로 군인들의 외출외박 자유를 억누르지 말아야 한다. 이런 논리라면 앞으로 영원히 군인들은 외출외박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건 인권 침해이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사병들을 홀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외출외박 구역 제한 폐지 방침을 번복한 것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다. 정치 세력에게는 표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권 문제는 ‘양보’할 대상이 아니다. 한번 발표한 정책을 뒤집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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