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진(秦)나라 목공은 도량이 넓고 지도력이 탁월한 군주였다. 부국강병책을 펼쳐 강국이 되자 중원진출을 시도했다. 그때 정나라 사람이 목공을 찾아와 말했다. “제가 정나라 성문을 맡고 있습니다. 정나라를 습격하면 제가 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솔깃해진 목공은 정나라를 치기로 했다.

목공은 진나라 중흥의 일등공신인 백리해와 건숙에게 정나라 정벌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두 노인은 “여러 나라를 거쳐야 하고 천릿길을 넘어 습격하는 일은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며 반대했다. “그대들은 잘 모르고 하는 말이오. 나는 이미 결정했소” 언제나 현명한 신하들의 진언에 귀를 기울였던 목공이었지만 중원 진출의 집념 때문에 노신들의 충언을 묵살했다.

목공은 세 장수에게 군사를 맡겨 출병했으나 진군 도중 진(晋)나라 군대의 공격을 받고 효산 전투에서 대패했다. 그리고 세 장수도 사로잡혀 포로가 됐다. 그 뒤 진(晋)나라와 설욕전을 벌인 목공은 진(晋)을 대파, 효산의 패배를 설욕하고 효산전투에서 죽은 병사들의 진혼제에서 군사들에게 맹세했다. “아, 병사들이여. 맹세한다. 옛 사람들은 일을 꾀할 때 늘 백발의 노인과 상의했기에 과오가 없었다” 백리해와 건숙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거듭 반성한 목공은 자신의 과오를 뼛속 깊이 느꼈던 것이다.

“오늘날의 리더가 천 년 묵은 사건에서 전략적 원칙을 이끌어 내 국가적인 중대한 위업에 착수한다는 것, 혹은 그런 지도자가 자신의 암시가 지니는 중요성을 동료들이 이해해 줄 것으로 기대할 만큼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 아마도 다른 국가에선 상상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국만큼 고대의 역사라든가 전략과 정치의 고전적 원칙에 끈끈하게 연결돼 있음을 자랑할 수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헨리 키신저가 자신의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강조한 중국 정치의 핵심을 찌르는 통찰이다.

‘늙은 말이 길을 더 잘 안다’는 ‘노마식도(老馬識道)’ 고사성어는 원로의 지혜에 경청하는 중국 정치를 대변하는 말이다. 전 전직 대통령까지 검찰이 소환하는 데도 원로들의 일침이 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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