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재인 정부의 개헌안 발의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지만 6·13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 실시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사회가 요구해온 분권 개헌이 그 성사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개헌 국면이 꼬이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15일 개헌 협상 불발에 대해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시급한 개헌 문제를 현안과 연계해 사실상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며 공세에 나섰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이 현안은 회피하고 개헌만 논의하자는 것은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의 자세가 아니라며 역공을 폈다.

그러나 여당과 정국 운영에 보조를 함께해온 정의당도 정부개헌안 발의에 부정적이니 여권은 개헌과 관련해 신중한 자성이 필요하다. 심상정 정의당 헌법개정특위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헌법개정의견을 국회에 전달해주기 바란다”고 제안했다. 대통령의 발의가 법적으로 하자는 없으나, 입법부의 정체성과 의회민주주의에 좀 더 가치를 둔다면 국회가 헌법 개정을 주도해야한다는 뜻으로 맞는 말이다.

주요 정당들의 개헌 협상이 난관에 부딪혔으나 이와 별개로 개별 국회의원들의 지방분권 개헌 의지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여야 5당 국회의원이 공동단장으로 있는 ‘지방분권개헌국회추진단’은 15일 국회에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갔다. 남해군수 경상남도 지사 출신인 김두관 의원을 비롯해 주승용·유성엽· 김종민·박용진·소병훈·최운열 국회의원 등은 지방분권개헌의 조속한 추진, 지방정부 및 의회의 자치권 확대, 주민자치권 확대, 국가 의사결정과정에서 지역의 목소리 반영 등을 위해 힘을 모아 나갈 것을 결의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여야 개헌 협상에 참고가 되길 바란다.

자유한국당이 이르면 16일 개헌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 현재 권력구조, 선거구제, 권력기관, 투표 시기 등을 패키지로 합의하기로 하고,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지방선거 이후 10월 투표’ 원칙에서 한 발짝 물러설 수 있도록 여지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엔 대구를 비롯한 지방분권을 요구해온 지방사회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자치입법권 보장도 빠졌다. 신원철 서울시의회 지방분권TF 단장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치입법권 확보가 지방분권 실현의 키워드”라며 “지방의회와 지방정부가 조례가 아닌 지방법률 제정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서 헌법에 경제 조항의 강화가 필요하다. 흔히 “국가는 부유한데 국민은 가난하다”란 말이 있다. 헌법의 경제 조항이 너무나 빈약해서다. 이번 개헌을 통해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비수도권 주민도 같이 먹고살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헌법체제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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