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대구 원시인 석상’ 기획자 이제석씨 단독 인터뷰
"식당·교회 불만 이해하지만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벽화·조명 등 선사시대 콘셉트 완성되면 논란 해소 될 것"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 들어선 길이 20m, 높이 6m 크기의 원시인 석상이 흉물 논란을 빚고 있다. 15일 비가 오는 가운데 한 주민이 석상을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무섭고 흉측하기만 합니다.”

최근 대구 달서구 진천동 대구수목원 입구 인근에 들어선 길이 20m, 높이 6m 크기의 드러누운 원시인 석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2만 년 역사가 잠든 곳’이란 이름을 가진 이 조형물은 거대한 회색 시멘트를 바른 듯해서 주민들은 밤에 볼 때는 무섭다고 한다. 거대한 석상이 식당과 교회를 가려 버린다는 불만도 있다.

대구 달서구청이 청동기 시대의 입석(선돌·사적 제411호)이 있는 선사유적공원을 중심으로 조성한 ‘선사시대로 테마거리’ 초입에 4억5980만 원을 들여 이 석상과 테마벽화·이색 안내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인근 식당 주인과 교회 신도 등 1158명은 ‘흉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달서구의회에 냈다.

박정희 달서구청 문화체육관광팀장은 “석상 철거는 어렵다”고 했다. 대신에 “반대 주민과의 의견 틈을 좁혀서 석상을 관광콘텐츠로 잘 활용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해명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 경북일보는 원시인 조형물 기획자인 이제석씨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입장을 들었다.

이씨는 “파리 에펠탑도 흉물 논란이 있었지만,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면서 “장기적 안목으로 개발시켜 나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사시대를 콘셉트로 한 테마벽화 등에 기대를 거는 주민도 상당수 있다. 테마거리 조성이 끝나고 주민 설문을 해보면 석상 논란에 대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고천재’로 불리는 이씨는 지난해 대선 때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었고, 2016년에는 선사시대 원시인을 주제로 한 이색관광안내판을 제작해 주목받았다.

‘자연친화’와 ‘땅속에 묻혀 있는 2만 년 역사의 표현’이라는 두 가지를 고려해 원시인 조형물을 기획했다는 이씨는 “자연물처럼 보이게 하려고 ‘돌’이라는 소재를 사용했고, 땅 밑 역사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2만 년’이라는 시간을 웅장한 느낌의 원시인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변에 나무를 심고 석상을 비추는 야간 무드 조명까지 설치하면 선사시대 테마거리 조성이 완성된다”면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과 같이 볼거리와 즐거움을 충분히 제공하는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도 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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