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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속의 ‘좌’와 ‘우’는 여전히 ‘우물 속’이다

곽성일 편집부국장 kwak@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3월18일 15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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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편집부국장
깊은 우물에서 나오는 샘물은 생명수이다. 그 생명수에 의해 인간 공동체가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예부터 좋은 우물은 집안의 보배요, 마을의 자랑거리였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룬 신라 김유신 장군은 전쟁에서 돌아오자마자, 집에도 들르지 못하고 곧바로 출정하게 됐다.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서 수행 군졸에게 자기 집에 있는 제매정 우물물을 길어오게 해 마시면서 “제매정 물맛은 여전하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처럼 우물은 생명의 근원이자 영원한 향수이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누구나 좋은 우물을 갖기를 원했고 우물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몽골초원에서 발원해 유럽대륙까지 정복하며 대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은 서하를 공격하다가 숨을 거뒀다. 칭기즈칸은 운명하며 서하를 점령하며 군사들은 물론 성인 남자와 사내아이들까지도 몰살하라고 유언을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서하는 전설적인 명장이 있는 데다가 성안에 물이 샘솟는 깊은 우물이 있어 장기간 성안에서 고립 방어를 할 수 있었다. 몽골군은 거듭되는 공격에도 성을 함락하지 못하고 주군인 칭기즈칸까지 운명하자, 성안의 우물로 향하는 물길을 차단하는 대대적인 공사를 펼친 끝에 마침내 서하를 점령할 수 있었다.

서하는 성안의 우물만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물길을 차단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다. 설령 그 작전을 알았다 하더라도 용맹하기로 소문난 몽골 대군을 성 밖에서 대적하기란 역부족이었다. 화려한 문화를 자랑하던 서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벽화 등 남아 있는 문화재만이 화려했던 흔적을 보여줄 뿐이다.

우물을 갖기 위해서는 우물 속으로 들어가선 안 된다. 견고한 성을 쌓고 물길을 외부의 세력들로부터 지켜내야 한다.

지금 한반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남북과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지금껏 가보지 않았던 길을 두고 정치권에선 제각각 견해가 다르다. 정부와 여당은 장밋빛 미래를 점치고 야당은 허황한 꿈이라고 평가절하를 하고 있다. 힘을 합쳐 국가 중대사를 함께 논의하는 대승적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북한 핵무장으로 일촉즉발의 위험한 길을 걸어가던 한반도가 최근 들어 급속히 긴장이 완화되는 형국을 맞고 있다. 이 형국이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갖고 올 것인지, 아니면 각국 정치세력들의 잇속 챙기기인지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볼 일이다.

정상회담 추진이 일부 정치세력의 전유물이어선 안되고 적폐청산이 정치보복이어선 안된다. 모두가 한반도 평화 정착에 힘을 보태야 하고 그 열매는 그 누구 것도 아닌 우리 민족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과 야당은 연일 자기에게 유리한 입장만 고수하기에 혈안이다. 마치 우물 속에서 ‘좌’와 ‘우’를 놓고 자기 쪽이 샘물이 많이 나온다고 제각각 주장을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우물 속 ‘좌’와 ‘우’는 여전히 우물 속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물 속에서 우물을 지켜내진 못한다. 우물 밖에서 넓은 시야로 정세를 판단하고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과 집단의 이익을 민족 공동의 이익으로 승화하는 대변환의 통 큰 정치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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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 곽성일 기자
  • 사회1,2부를 총괄하는 행정사회부 데스크 입니다. 포항시청과 포스텍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