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전 감독, 포항 대해초 야구부 찾아 재능기부
삼성 시절 후배 감독과 인연···2시간 여 레슨 구슬땀

전 프로야구 선수·감독인 ‘헐크’ 이만수씨(60)가 16일 오후 포항생활체육야구장에서 대해초등학교 야구부원들에게 자신의 야구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야구를 시작한 50년 동안 저는 수많은 팬 여러분들로부터 사랑만 받고 살아왔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그 사랑을 되돌려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SK와이번즈 감독이자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인 이만수(60) KBO육성부위원장이 3년 만에 포항을 찾아 고사리 야구선수들을 위한 재능기부활동을 펼쳤다.

지난 15,16일 이틀간 포항을 찾은 이만수 전 감독은 포항 유일의 초등학교 야구팀인 대해초를 찾아 이제 막 야구를 시작한 어린이 선수들과 땀을 흘렸다.

이 전 감독이 올해 18번째 재능기부 장소로 포항 대해초로 잡은 것은 올 1월 부임한 진동한(58)감독 때문.

포항출신으로 포항중과 경북고·고려대를 나온 진동한 감독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중·대구상고·한양대를 나온 이만수 감독과의 학연은 없지만 1984년 삼성라이온즈 투수로 입단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진감독은 1990년 쌍방울레이더스로 이적할 때까지 6년간 이만수 전 감독과 배터리를 이뤘으며, 1987년에는 12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맞았었다.

이런 인연을 맺고 있는 이만수 전 감독은 후배가 고향에서 후배를 육성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포항으로 내려왔다.

재능 기부 첫날 하루 종일 비가 오락가락 내렸음에도 대해초 운동장에서 어린이 선수들과 함께 뜨거운 땀방울을 뽑아낸 이만수 전 감독은 둘째날 포항시야구협회(회장 정의화)의 지원을 받아 포항생활체육야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헐크 이만수 전 감독이 활약할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어린 선수들은 첫날 그가 누구인지 어리둥절 했었다.

그렇지만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이나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이만수 전 감독이 어떤 선수였는지 알게 된 어린 선수들의 둘째 날 훈련은 더욱 뜨거워 졌다.

전날 내린 비에 이어 갑작스레 차가운 기운이 몰려와 시간이 지날 수록 손이 곱아 왔지만 이만수 전 감독의 파이팅 넘치는 열정에 빠져 들었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출신답게 포수지망생들에 대한 열정은 남달랐다.

6학년과 5학년 2명의 포수들을 따로 모은 이 전감독은 포수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포구와 송구 방법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보여주며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가르쳤다.

이 전 감독은 “야구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것”이라며 “다치지 않으려면 정확한 동작과 리듬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어린이 선수들이 정확한 동작을 할 때마다 특유의 포옹으로 선수들을 격려해 주자 2명의 포수는 너나 없이 스스로 동작을 따라 하며 자세를 익혔다.

추운 날씨로 인해 타격연습을 할 수 없어 이 전 감독의 호쾌한 스윙을 볼 수 없었지만 2시간 여에 걸친 원포인트 레슨은 어린이 선수들에게 큰 추억이자 꿈을 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짧은 훈련 끝난 뒤 이만수 전 감독은 “사실 요즘 아이들이 제가 할 때보다 훨씬 더 야구를 잘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것 뿐”이라고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요즘 점점 깊어가는 근심도 짧게 털어놨다.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만든 헐크파운데이션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헐크재단은 지난 2013년 이만수 전감독이 주축이 돼 만든 야구재능기부재단으로 야구불모모지 라오스에 야구팀을 만드는 한편 야구선수출신들이 직접 국내 엘리트 야구팀을 찾아 원포인트 코치를 해주는 등 다양한 재능기부를 해 오고 있다.

그러나 현역을 떠난 이 전 감독이 사비를 털어 지원에 나서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데상트스포츠재단이 라오스 야구팀 ‘라오J브라더스’에 11억원 상당의 야구용품을 전달하는 등 지원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가족에게 ‘내가 현역이 있을 때와 은퇴 후 중 어느 때가 돈을 더 많이 쓰느냐’고 물었더니 ‘지금이 1.5배는 더 쓴다’라고 해서 참 미안했다”는 말로 그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제가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저를 통해서 누군가가 동참해 준다면 그 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며 “그런데 요즘 프로야구 감독이나 선수들이 계약을 하고 나면 기부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고 있으니 정말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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