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숙성 거쳐 2021년 판매 예정

숙성을 위해 장독에 고이 보관하는 모습.
예로부터 장 담그는 날을 우리나라에서는 일년 중 가장 중요한 날로 꼽는다.

포항 죽장면 상사리에 위치한 (주)죽장연은 매년 음력 11월 메주를 만들어 잘 띄워두었다가 이듬해 정월 중 ‘말날’을 골라 정하고, 상사리 주민들과 함께 정월장을 담근다.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이 있듯, 우리 밥상에 매일 같이 오르는 ‘장’은 장을 담그는 시기와 방법에 따라 지역마다, 집집마다 다 다른 맛을 낸다. 죽장면 상사리 주민들의 장맛이 죽장연의 전통이 된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겨울이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해서인지 장 담그기 조차 쉽지 않았다. 죽장연 전통을 따라 정월에 장을 담가야 했지만, 발효가 쉽게 되지 않았다. 최신 기계 설비들이 있었다면 달라질 수 있었을까?

지난 15일 느림의 미학과 천만 시간의 기다림, 그리고 죽장연의 전통 장맛을 지키기 위해, 조금 늦게 좋은 발효균을 겨울잠에서 깨웠다.

알맞게 잘 뜬 메주를 물로 세척하는 모습.
숯으로 소독한 장독에 넣은 모습.
알맞게 잘 뜬 메주 4,180장 (무게 약 5,341kg)을 물로 씻어 숯으로 소독한 장독에 넣고, 소금물(18보메)을 붓는다. 여기서 소금물은 달걀을 띄워 50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로 떠올랐을 때의 염도이지만 전통방식 대신 염도기를 활용하여 정확하고 일정하게 염도를 맞추어 균일한 장맛을 내도록 한다. 보통 전통장은 18~25보메에 맞추지만, 해발 450m 고지대에 죽장연이 위치해 있어서 저염 된장을 담그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된장은 무려 300독이나 된다.

장 담근 날로부터 60일이 지나면 메주와 간장을 분리하는 장 가르기 작업을 한다. 메주는 따로 담아 따뜻한 햇볕을 받으여 숙성되고, 진정한 장맛이 나기 시작한다. 된장이 든 항아리에 면포를 깔고 고추씨를 덮어 벌레나 세균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 또한 죽장연의 방법이다.

이렇게 담근 장은 3년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뒤 2021년도에 판매될 예정이다.

정연태 죽장연 대표는“우리 고유의 전통 손맛을 재현하기 위해 옛 방식으로 정성을 기울여 장을 담그고 있다”며“ 이 맛이 알려져 된장·고추장·간장 등 장류를 가온(서울), 베누(샌프란시스코), 한남체인(캘리포니아),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공영 홈쇼핑 판매, 이마트 판매, 국내외 유통업에 납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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