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과 한무제는 인문학적 소양이 모자라고, 당태종과 송태조는 풍류를 몰랐으며 징기즈칸은 활을 잘 쏠 정도다. 그나마 이미 다 사라진 역사 속의 인물일 뿐이다. 진전한 풍운의 인물은 지금 이 대목에 있다” 마오쩌둥은 대장정을 마치고 연안에서 ‘심원춘설(沁園春雪)’이란 시를 지어 역대 가장 훌륭한 군주로 추앙받는 다섯 황제를 품평하고 스스로 자신의 호연지기를 뽐냈다.

마오는 자신에 대해 호랑이 기질과 원숭이 기질을 다 갖고 있다고 했다. 호기(虎氣)는 직선적이고 망설이지 않는 결단력을 뜻하며 후기(후:원숭이 후 氣)는 끊임없이 고뇌하고 구상하는 상상력을 뜻한다. 마오 전기를 쓴 로스 테릴은 “호랑이 기세는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거침없이 달려가는 호방하고 장중한 기세이고, 원숭이 기질은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가는 대목에서 끊임없이 회의하는 태도”라고 했다.

‘인간 다이나마이트’란 별명을 가진 마오는 냉혹하고 무정한 일면과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일면 사이를 무수히 왔다 갔다 했다. 성경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마오쩌둥록’을 남기고 ‘마오이즘’이란 치밀한 사상체계를 만든 마오는 탁월한 지성인의 면모를 지닌 반면 정적에겐 광적인 투쟁과 폭력을 휘두른 폭군이었다.

창업자 유형의 리더인 마오는 한 손으론 천하를 통일 사회주의 중국을 세웠지만 다른 한 손으론 천하 대란을 일으켜 중국을 망가뜨린 지도자였다.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로 대중을 열광시키고 자진해서 심복하게 만드는 카리스마 넘치는 초인적 능력을 가진 지도자였지만 수천만 명을 굶어 죽게 한 ‘대약진운동’에 이어 10년간 계속된 ‘문화혁명’ 대란으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후루시초프는 ‘대약진 운동’의 실패에 대해 “마오가 방귀 한번 시원하게 끼려다 바지에 똥 쌌다”고 혹평했다.

천하를 일으키고 천하를 다시 재난에 빠뜨린 마오에 대한 공과 과가 극명하게 갈린다. 정치적으로 ‘마오모델’을 신봉해 온 시진핑의 장기집권과 권력집중이 13억 중국에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 세계적 주목거리다. ‘시황제’가 된 ‘시쩌둥’의 ‘마오본색’이 일으킬 파란이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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