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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15일 문 대통령은 “채용비리가 드러났는데도 가담자나 부정합격자 처리에 소극적인 공공기관의 책임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으라고 지시했다” 바로 이어서 산자부가 나서서 비리로 채용된 것으로 확인된 강원랜드 직원 226명을 이달 말까지 면직시키기로 했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로 환영할 일이다.

강원랜드 노동조합은 조합 관계자의 이름으로 “다음 주 초에 변호사가 노조를 방문해 직권면직 대상자인 업무배제자 226명과 개별 면담을 한 뒤 집단 또는 개별소송 등 법적 대응 방법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의 영역으로 가면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합당한 법적 절차를 따지게 되겠지만 오랜 기간에 걸친 조사와 감사를 통해 확인된 채용비리에 대해 눈감는 건 옳지 못하다. 법이라는 이름의 병풍 뒤에 숨어서 비리 구조 해체 작업을 방해하는 건 온당치 않은 일이다.

노동조합이 비리로 채용된 사람까지 비호하거나 비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심각한 문제다. 어떤 경우에도 부정과 비리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부정부패는 사회를 타락시키고 내부로부터 공동체를 무너트리는 공공의 적이다. 부패 행위가 거듭되다 보면 부패에 무감각해지고 부패의 늪 속으로 더욱더 빠져들게 된다. 암 덩어리보다도 더 무서운 병이 부정부패다.

노동조합이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 대표를 상대로 근로조건 개선과 경영 참여 요구를 하거나 노동자들의 이해를 침해하고 노동권을 짓밟는 정부를 상대로 공동행동을 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하지만 취업기회를 찾아 취업의 문을 두드린 청년들을 부당하게 낙방시킨 회사의 인사 시스템을 묵인하면서 불공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사람들까지 보호하려 든다면 노동조합의 근본이 흔들릴 것이며 조합의 존재 이유마저 의심받게 될 것이다.

강원랜드는 2013년 1, 2차에 걸쳐 선발한 교육생 518명의 95%에 해당하는 493명을 선발하는 과정에 청탁의 힘이 작용했다. 2차 선발 때는 지역구 의원실이 나서서 낙방한 21명을 다시 합격시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면직 예정인 사람 226명에 대해 청탁한 의혹을 받는 사람은 모두 30여 명인데 그 가운데 국회의원이 7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충격적이다. 두 명은 새누리당 전 의원이고 다섯 명은 자유한국당 현 의원이다. 공정과 정의를 실현해야 할 국민의 공복이 불공정과 불의의 대열 한 가운데로 뛰어들었으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공공기관의 채용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촛불혁명 이후에도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눈감고 넘어가면 앞으로 해결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해 말 문 대통령 지지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듯하다. 비리에 대한 개혁 작업에는 저항 세력이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저항이 두려워서 망설이거나 물러나면 비리는 되살아나고 비리 척결 가능성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들어가고 싶은 직장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이다. 강원랜드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연봉이 높고 안정적이며 많은 복지를 누릴 수 있어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강원랜드 채용과정을 보면 돈 없고 연줄 없는 청년들은 원서 넣고 들러리만 섰다. 공정한 기회를 누군가 날치기해갔다. 나라가 이렇게 돌아가서는 희망이 없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채용비리를 묵인하거나 시간이 지났다고 용인하면 다른 채용비리도 용인되는 풍토가 만들어진다.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대한 엄격한 대처가 우리 사회의 채용비리 모두를 뿌리 뽑는 출발점이다.

비리척결에 노동조합이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비리의 동아줄을 잡고 회사에 들어온 사람들 때문에 기회를 잃은 사람들에게 다시 기회가 제공되도록 힘을 쏟는 게 좋을 것이다. 강원랜드 노동조합은 안일했던 자세를 뒤돌아보고 정의와 공정사회를 일군다는 마음으로 채용비리 척결의 대열에 동참하기 바란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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