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이 용, 거북, 봉황과 함께 기린을 상서로운 짐승이라 했다. 이들을 사영수(四靈獸)라 해서 신성시 했다. 거북 외에 용과 봉황, 기린은 상상의 동물이다. 이 가운데 기린은 동물원의 목이긴 기린이 아니라 오색 찬란 화려한 빛깔의 털과 이마에 기다란 뿔이 하나 있는 외뿔잡이 동물이다. 사슴의 몸에 소의 꼬리, 말과 비슷한 발굽과 갈기를 갖고 있다. 

기린은 성격이 온화하고 윤리 판단을 할 수 있는 짐승이다. 하지만 성격과는 달리 싸울 때에는 매우 용맹하다. 기린은 중국 고대 신화에 나오는 구려족 우두머리 치우를 죽인 응룡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전한다. 입에서는 불을 뿜을 수 있고, 울음소리는 우레와 같다. 그 소리는 재앙을 없애고 요괴를 굴복시킬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에 ‘천마’는 날 수 있는 상서로운 짐승으로 천마가 나타나면 풍년이 들 징조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 모습은 개와 비슷해서 몸은 희고, 머리는 검은 색이며 등에 날개가 달려있어 사람을 보면 바로 날아오른다고 했다. 또 천마는 천상의 신령한 짐승으로 사슴 머리에 용의 몸을 하고 있는데, 하늘에 있을 때는 구진(句陳)이고 땅에 있을 때만 천마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천마도가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풍화로 선명하지는 않지만 덕흥리 벽화고분에 날개를 활짝 펴고 허공을 달리는 천마도가 있다. 천정에 그려진 말 옆에 ‘천마지상(天馬之像)’이라고 쓰여 있어 천마도임을 확실히 뒷받침해준다.

이처럼 기린과 천마는 둘 다 우리 역사 속에서 신성시 되는 상상의 동물이다. 경북도가 기린이냐, 천마냐 논란이 아직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은 경주 천마총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를 새 상징동물로 선정했다. 도는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천마가 20%로 가장 많이 선호해서 이렇게 정했다고 한다. 도청 접견실과 3층에 천마도를 걸었고, 도청에 놓을 천마 조형물도 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도민들이 도의 새 상징동물 지정에 대해 뜨악하게 생각하고 있다. 천마, 기린 논란이 있는 데다 한참 새 도지사 선거전이 불붙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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