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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트럼프와 김정은의 비핵화 회담이 온 세계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비핵화의 물꼬가 어디로 트질 지 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 평화 아니면 무력 충돌이라는 대전환의 드라마가 펼쳐질 것이 예상된다. 

당사자인 대한민국 국민은 이 결과에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의 길로 접어들면 이것보다 더 반가운 일은 없다. 종전까지 핵을 앞세워 남한과 미국을 협박했던 전쟁광의 모습에서 하루아침에 평화의 전사로 포장될 것이다. 이럴 경우 항간의 말대로 트럼프와 문재인, 김정은이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이런 꿈을 꾸며 현실화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은 1국 2체제를 유지하며 남북한이 정치를 제외한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상호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성급한 소신들을 피력하고 있다. 일부 국민은 올여름에는 영변에 해수욕을 갈 꿈도 꾸고 어떤 이는 북한 땅에서 백두산으로 등산 갈 희망도 하고 있다. 이런 바람이 현실화된다면 한반도의 번영은 불을 보듯 앞길에는 평화의 대도(大道)만이 있을 뿐이다.

반대로 비핵화 회담이 쌍방 간의 의견 충돌로 깨어진다면 어떤 현실이 나타날까.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군사옵션을 발표할 것이다. 김정은도 남한과 미 본토를 향해 핵무기를 행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한반도에는 무력 충돌이 예상되는 먹구름이 덮어지게 된다. 

트럼프가 언제 어떤 규모로 무력을 사용할지 타이밍만 남아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북한의 핵 위협과 트럼프의 무력 사용의 공포 분위기 속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운명을 타인에게 맡겨놓은 비참한 꼴인 셈이다.

이 같은 극한 상황이 연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우리 정부나 미국, 북한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상황을 탁상 위에 올려놓고 결과의 후유증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 정상 간의 회담은 ‘모’ 아니면 ‘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1961년 6월 미·소 양 대국 간의 냉전기가 극한점에 다다랐을 때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과 소련의 후르시초프 서기장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결과는 성과 없이 끝나고 양국 간의 냉전이 더 격화되는 결과만 낳았다. 후일 케네디는 이 회담에 대해 뉴욕타임스지 기자 휴 시드니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난 그런 작자는 난생처음 봤어. 그는 핵 문제가 거론되자 양국이 단 한 번의 핵폭탄을 주고받는 것으로 10분 만에 7천만 명을 죽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하면서 나를 쏘아 보면서 전쟁과 평화 가운데 어느 쪽을 고를지 미국에 달렸다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케네디는 “독재자를 상대로 한 정상회담은 위험하다. 이런 회담에는 논리보다는 결의(決意)가 때론 더 큰 역할을 할 때가 있다”고 했다. 이 회담이 끝난 후 몇 달이 지난 후 베를린 장벽이 세워졌고 이 장벽이 동구 블록과 서방세계를 구분하는 상징이 되었다. 

오는 5월 미·북 정상회담에서 절대적 군사 우위를 앞세운 트럼프가 핵을 안고 나온 아들뻘의 독재자 김정은에게 어떤 결의로 비핵화를 이끌어낼지에 세기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천문학적인 경제지원이나 주한 미군철수 등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밀 경우와 ‘선(先) ICBM 철거, 후(後) 핵 폐기’ 같은 분리 조건을 던지면 미국은 어떤 답을 내어놓을까. 김정은도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그다음 수순은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궁핍과 화염과 죽음이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지난 27년간 핵을 둘러싼 미국과의 회담에서 북한은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도조 히데키 옵션’을 행사하며 미국을 농락해 왔다. 과연 이번에도 트럼프와 마주 앉은 김정은이 쥔 카드에 ‘도조 옵션’의 패가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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