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방경찰청에 출두하는 모습.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대구은행 주주총회에서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사퇴의 뜻을 밝혔다.

23일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본점 다목적홀에서 열린 DGB금융지주 제7기 주주총회에서 박 행장이 은행장에서 물러날 것을 주주들에게 전했다.

그는 인사말을 꺼내며 “최근 여러사항들로 지역 사회와 주주에게 심려를 끼친 점, 책임을 느끼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그룹 회장직은 새로운 은행장이 선출되면 단계적으로 상반기 중에 거취를 표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는 박 행장은 대구은행 노조와 각 시민단체로부터 비판 여론이 일자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은 지난 2016년 신입사원 채용 당시 임직원 자녀 3명 특혜채용과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취임 이후 지난해 8월까지 간부 16명과 법인카드로 32억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해 판매소에서 현금화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있다.

검찰에서는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유사한 비리 정황을 수십 건 추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각 시민단체 대표들과 주주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소란도 빚어졌다.

주총에 참석한 시민단체 대표들은 이사 선임, 책임자 선출 등 상정된 안건에 대해 반대 의사 발언을 하려 했으나 의결 중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민단체 대표들이 반발하자 옆에 있던 일부 주주들은 “대주주도 가만히 있는데 소액주주도 좀 점잖게 있어라”며 “의장은 그냥 바로바로 진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소란이 일었다.

23일 오전 10시 대구은행 제2본점 4층 다목적홀에서 주주총회가 열렸다.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인사말에서 사퇴의 뜻을 밝히고 있다.
소란 속에 상정된 안건이 모두 통과하자 박 행장은 기타 의견을 청취했다.

이사가 선임되는 것을 반대했던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의사 진행 과정에서 동의하는 의견은 들으면서 왜 반대 의견을 듣지 않느냐. 주총의 안건이 있으면 동의하는 이유도 듣고 반대하는 의견도 들으면서 표결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조심스러운 부분은 인정하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있는 사람이 이사를 연임하고 승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권한을 위임받은 다른 시민 단체 대표들도 이에 동의하며 “대구은행 주총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지 몰랐다”면서 “초등학교 학급회의도 이렇지는 않다”고 비판했다.

소액주주들의 권한을 위임받아 주총에 참석한 각 시민단체 대표들은 주총 안건 진행 처리 방식까지 포함해 대구은행의 문제들을 다시 제기할 방침이다.


대구은행 노조도 박 행장의 은행장직 사퇴를 ‘꼼수’로 판단하고 상황을 살핀 후 그에 맞는 대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정원 대구은행 노조위원장은 “박 행장은 지금 은행장직을 결국 자기 뒤를 봐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선임하는 조치를 한 다음에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조직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앞길만 보고 나가는 박 행장은 지금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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