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22일 국립 경북대에서 의미 있는 회의가 열렸다. 이형철 물리학과 교수가 수장인 제22대 경북대교수회가 마련한 1차 평의회다. 35명의 교수가 1시간 40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정권의 해바라기나 부역자 역할을 하진 않았는지, 진리 추구와 정의 구현의 마지막 보루인 교수이자 지식인으로서 제 역할을 했는지를 반성했다. 대학본부도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형철 의장은 “학교발전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권력에 빌붙지는 않았는지 돌아봤다”면서 “4대강 사업 등 무리한 정책으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한 이 전 대통령에게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무리하게 추진해 혼란을 끼친 A 전 총장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경북대는 뜬금없이 MB에게 경영학 명예박사학위 수여를 추진했다. ‘안정적 국가경영에 이바지한 공로’를 내세워서다.

반발이 거세졌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과 4대강 사업 논란, 국정원 대선개입, 민간인 사찰 등 숱한 파행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장본인에게 왜 경북대가 나서서 ‘명박’을 줘야 하는지를 놓고서다.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강압적으로 추진해 전국 국립대의 자치권을 후퇴시킨 논란의 인물에게는 더더욱 ‘명박’을 줘선 안 된다는 외침이 많았다. 학위수여 규정까지 어기며 편법으로 ‘명박’ 수여를 추진한다는 거센 지적까지 받고서야 경북대는 ‘수여 보류’라는 말로 꼬리를 내렸다.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채형복(법학전문대학원)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경북대 분회장은 “A 전 총장은 총장 직선제 폐지 등 국립대의 자치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데 앞장섰다”면서 “최근 2순위 추천 후보자가 경북대 총장이 되는 과정에서 총장 공석 사태 등 파행을 낳는데 일조한 A 전 총장은 이제 숨지 말고 지난날 선택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익명을 원한 경북대 교수는 “규정까지 어겨가면서 MB에게 ‘명박’ 수여를 추진한 자체가 예산이나 정책자금을 더 많이 따내기 위한 일종의 ‘거래’ 시도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A 전 총장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의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의심이 더 짙었다”고 전했다.

대구의 사회복지단체 수장으로 활동 중인 A 전 총장에게 물었다. 대답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MB와 몇 번 봤지만, 친분도 없다”였다.

대신에 “당시 경영학과나 부총장 등이 관여했다. 모두 밑에서 했다”라면서 “초야에 묻힌 나는 정치와 관련이 없다. 내 이야기를 신문에 내지 않기를 부탁한다”고 당당히 말했다. 일면식도 없는 기자에게 “배 기자님 좋아하기 때문에 기사를 보도하지 않는다면 진짜 중요할 때 뭐든지 도와주겠다”는 말도 보탰다.

부산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지방 국립대 최고 명성을 자랑한 경북대는 최근 수년간 날개도 없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3 주체인 학생, 교원, 직원 간에도 신뢰보다는 불신과 반목이 가득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대학을 자본에 종속시키는 결과를 낳은 교육부의 정책 탓이기는 하지만 학문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고 고민하고 토론하는 분위기가 실종됐다는 탄식도 나온다.

MB가 구속된 지금 이뤄진 경북대 교수들의 반성과 성찰을 전체 구성원이 곱씹어 봤으면 한다. A 전 총장도 마찬가지다. 지역민들이 경북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면서다.
배준수 순회취재팀장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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