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허리에 상처가 났다.

혼자 약을 바를 수 없어
상처는 점점 곪아갔다.

거울에 등을 비추고 고개를 한껏 돌린 뒤
내 몸의 가장 가엾은 자리를 보았다.

몸에서 가장 먼 얼굴과
몸에서 가장 먼 상처는 거울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도록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마음의 가장 먼 곳을 차마 보여 줄 수 없었던
한 외로운 사람의 뒷모습이었다.





감상) 약속 장소로 나가려고 서둘러 옷을 입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약속을 미루잔다. 정성들여 화장을 하고 옷을 골랐던 설레임이 순식간에 얼어붙는다. 꽁꽁 언 봄이 내 방문 손잡이와 거울과 신발장에 피어있다. 그게 얼어있는 줄도 모르고 향기가 난다며 누군가는 환호성을 질렀다. 삼월에 내리는 눈에서는 얼어붙은 봄 향기가 난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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