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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대 변호사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됐다.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가운데 한밤중에 자택에서 나와 어정쩡하게 차에 올랐다. 양쪽에 검사를 두고 자신이 뒷좌석 가운데 앉게 되자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는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국민사과를 한 것도 아니고 정치보복이라면서도 문재인 정부에 한마디 던지지도 못했다.

이 나라 전직 대통령이었던 그가 여느 피의자들처럼 구속된 이유는 돈 때문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 수백억 원대의 재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역대 대통령 중에서 유난히 돈을 밝힌 것으로 비난받고 있다.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해서 대다수 대통령도 금전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재직 시 본인이나 가족들 심지어 측근들까지 금전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나라 대통령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나 김영삼 전 대통령처럼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인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가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학비가 없어 소학교도 늦게 입학해야 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일곱 살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사망해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가난하기는 마찬가지여서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뛰어난 머리에도 불구하고 상업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했다.

이들은 가난하게 태어났지만 입지전적인 인물로 일어서서 자산가가 되었고 더 이상의 성공이 없는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이들은 재직 후 죽을 때까지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대우를 받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은 겪지 않을 것임에도 재직 중에 금전 비리로 의혹을 사고 심지어 구속까지 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나라는 대통령이 되었다고 해서 금전적인 욕구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난한 시절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사고를 지배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全) 전 대통령은 1960년대 군 장교로서 미국 군사학교에서 연수를 받았을 때의 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곳 장교 식당에 가면 커피와 각설탕이 놓여 있었다. 당시 한국에서 설탕이 무척 귀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기억이 떠올라 식당에 가기만 하면 각설탕을 한 움큼씩 쥐어 자신의 방으로 가져와 책상 위에 두었다고 한다. 늘 식당에 가면 각설탕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챙겨두고 싶었다는 것이다.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사람은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돈을 쓰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돈을 모으기 위해 돈을 모은다. 필요하기 때문에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가난이라는 심리적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불필요하게 긁어모으는 것이다. 과도한 재산은 각설탕을 쌓는 것처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지만, 굳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全) 전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조금은 깨닫고 있었던 것 같다. 대통령 재직 시절 그의 봉투를 받은 사람들은 액수가 예상보다 동그라미가 하나 이상 더 붙어 놀랐다고 한다. 물론 그 돈이 모두 정상적인 출처의 돈인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돈으로 인심을 잃지는 않았다고 한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혼자만의 물욕으로 결국 대의명분도 잃고 자신까지 망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가 노 전 대통령이 가족에 대한 금전 의혹만으로도 자살하는 것을 제대로 지켜보았다면 마땅히 자신은 각설탕 같은 재산을 모으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더욱 청렴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했어야 했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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