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비리 정황 수집 추가로 포착···인사부에서 자료 발견"
"검찰 수사 이후 조직적 증거 없애"···관련자 구속영장 재청구 검토

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주주총회 중 자진사퇴를 표명한 23일 대구은행 제2본점에서 열린 주주총회장 앞에서 한 노조원이 박 행장을 규탄하는 유인물을 들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kyongbuk.com
채용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는 대구은행이 채용절차 중 들어온 청탁자 이름과 요구사항을 표로 만들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은 금융감독원이 수사 의뢰한 2016년 신입사원 채용 당시 임직원 자녀 3명 사례 외에 2015년과 2017년 비슷한 형태의 비리 정황 사례 수십 건을 추가로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청탁 리스트는 검찰이 지난달 9일 대구은행 제2 본점 인사부 사무실, 제1 본점 별관 IT 센터, 인사담당자 주거지 2곳 등 총 4곳을 압수수색해 인사 관련 자료를 확보한 뒤 확인됐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2015년부터 3년간의 대졸 공채와 7급 창구직 등 전체 채용과 관련한 다년간의 청탁자 리스트를 인사부서에서 우연히 발견했고, 이 표를 근거로 지난 16일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인사 자료도 추가로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잘 봐달라는 청탁이 전부 죄가 되는 것은 아니고, 위법행위를 해서라도 꼭 합격시켜 달라고 요구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면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면서 “청탁을 한 사람의 직업이나 명단,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밝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구은행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이후 조직적으로 인사 관련 자료 등 증거를 없앤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은행 신입사원 채용을 예로 들면 서류전형, 적성검사·인성평가·간이면접 등의 필기, 블라인드 방식의 실무진 심층면접, 임원 면접 순으로 진행되는데, 단계별 세부 점수 데이터를 대구은행 관계자들이 지워버렸다고 검찰은 밝혔다. 점수 조작을 확인할 수 있는 세부 점수는 지워버렸고, 총 점수 집계표만 남은 상태다.

최태원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디지털 포렌식으로 데이터를 복원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자기장으로 지우는 기술인 디가우징을 해버렸다”고 설명했다.

대구지검은 전직 인사부장 2명, 인사채용담당자 2명 등 모두 4명을 입건해 전 인사부장 1명과 인사채용담당자 1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대구지법은 “범죄 사실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있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보완수사를 벌여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박인규 대구은행장의 휴대전화 분석 내용과 영장이 청구됐던 이들이 진술한 내용 등을 바탕으로 박 행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최태원 2차장검사는 “박 행장이 채용비리로 입건된다면 불러서 조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비자금 조성·횡령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소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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