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들이 돌아오고 있다
물방울을 흩뿌리며 모래알을 일으키며
바다 저편에서 세계 저편에서

흰 갈기와 검은 발굽이
시간의 등을 후려치는 채찍처럼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부서지고 밀려오고

나는 물거품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이 해변에 이르러서
야히히히히힝, 내 안에서 말 한 마리 풀려나온다

말의 눈동자,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파도 속으로 사라진다

가라, 가서 돌아오지 마라
이 비좁은 몸으로는

지금은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수만의 말들이 돌아와 한 마리 말이 되어 사라지는 시간

흰 물거품으로 허공에 흩어지는 시간




감상) 떠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대문을 열어놓고 아무리 먹이를 흩뿌려도 얼씬거리지도 않는다. 나는 자주 떠나간 것을 기다린다. 모두 용서해 줄 테니 돌아만 와라 회유하고 현관 비밀번호를 바꿔버리겠다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꿈쩍도 안 한다. 나를 떠나 다른 이의 가슴으로 간 그것은 그곳에서 비수가 되거나 꽃이 되어 산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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