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하 국제정구연맹 회장

박상하 국제정구연맹 회장이 26일 가진 인터뷰에서 2030 아시아경기대회 대구 유치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8년 전 건강검진 하면서 발견한 대장암 수술을 하고 대외활동을 접고 두문불출했다. 26일 대구 중구 삼덕동 영도벨벳 전시관 영도다움에서 다시 만난 그는 40대 청년처럼 열정과 자신감이 꽉 차 있었다. 감색 슈트에 덧댄 핑크빛 넥타이도 그의 표정을 더 밝게 만들었다. 박상하(72) 국제정구연맹 회장이다. 달성군 낙동강변이 고향인 그는 “2030년 아시아경기대회(아시안게임) 대구 유치라는 화두를 던졌다. 지역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선물로 여기고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부단장, 1994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장, 2002 부산아시안게임 유치위원 겸 집행위원,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위원장 겸 집행위원장,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위원 겸 상임고문,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위원 겸 상임고문,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부단장…. 40년 이상을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활약했다. 아시아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체육회 남북체육 교류위원장 등의 이력도 보탰다.

박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이렇다 할 국제적 스포츠가 없는 상황에서 대구·경북이 2030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적 이벤트를 열어 다시 한 번 도약시키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역의 애정 깊은 순수 체육인을 중심으로 전략적 감각이 있는 학자 등 30여 명으로 유치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5월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의향서를 낸 뒤 6·13 지방선거 이후 본격적으로 유치 활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2030 아시안게임 대구 유치를 자신하는 이유로 2002년 월드컵 4강 경기,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와 2011년 국제육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경험에다 대구스타디움이라는 훌륭한 메인 스타디움을 꼽았다. 그는 “경주, 예천, 김천 등 울진 풍부한 시설 인프라가 있어서 별도 투자 없이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2030 아시안게임 유치 경쟁자인 대전시와 광주시, 경상남도에 대한 평가도 내렸다.

박 회장은 “대전시가 세종시, 충북도와 공동으로 유치전을 벌이고는 있지만, 대구와 같이 대구스타디움과 같은 경기장에서 부담 없이 대회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지 못하다”며 “타당성이 낮게 나온 서남부스포츠타운 건립사업을 아시안게임 유치로 해결하려는 숨은 의도도 있다. 중앙정부 발목을 잡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남의 경우 유치전을 벌일 구심점이 없는 상태”라면서 “광주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도시 이미지 개선 효과를 충분히 알고는 있지만,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신청서에 정부 보증서를 위조하는 등 불미스러운 과거도 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수 십 년 간의 현장 경험으로 봐도 대구가 가장 최적지이고, 유리한 고지에 있다”며 “OCA도 대구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결론 냈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시가 재정 적자에 시달린 사례에 대해 박 회장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나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파급효과는 좋은데 비용 부담이 드는 게 사실”이라면서 “그런 면에서 보면 성공 개최 노하우와 풍부한 인프라를 갖춘 대구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OCA 수석부회장으로서 오랜 친분을 쌓은 셰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OCA 회장을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만났다는 박 회장은 “알사바 회장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와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스아드대회 때 북한 선수단·응원단의 남한 방문을 성사시킨 장본으로 나의 경험과 능력을 인정해줬다. 2030 아시안게임을 대구가 유치하면 북한을 데려올 수 있는 적임자가 나라고 추켜세웠다”고 탄탄한 인적네트워크를 자랑했다.

박 회장은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방남을 이끌어 낸 뒷이야기도 전했다.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스아드대회 개막식. 대구시 제공.
그는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때 북한이 대구를 안 오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고 했다. 온다고 약속했다가 못 온다고도 해서 발만 동동 굴렸다. 그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때 인연을 맺은 북한의 체육인들에게 대구 방문을 설득했고, 일본까지 건너가는 안동 출신의 조총련 체육회장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조총련 응원단에게 유니버시아드대회 경기표도 예매하는 등의 노력과 더불어 북한에 직접 들어가 관계자들에게 구애를 펼치는 등 남다른 작전을 진행했다”며 웃었다. 박 회장은 “북한이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 지구 전투 때 대구를 점령하지 못하고 전멸한 아픈 기억 때문에 2003년 당시 대구 방문을 꺼렸다는 뒷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스아드대회 개막식. 대구시 제공.
박상하 회장은 “대구·경북이 삶의 질을 높이고 국제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시·도민들이 다시 한 번 도와줘야 한다”면서 “8월 18일 개막하는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모이는 개최지 결정 권한을 쥔 집행위원들에게 대구 유치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