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세탁 의심' 부인회, 금전 거래 자료 확보"
대구지검 특수부, 사회공헌부 여직원도 소환 조사

▲ ▲박인규 대구은행장
박인규(63) 대구은행장의 비자금 조성·횡령 등의 혐의를 수사 중인 검찰이 박 행장의 또 다른 횡령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달 5일 박 행장의 업무상횡령, 업무상배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에 대해 불구속 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한 이후 첫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검찰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지난 26일 북구 칠성동 대구은행 제2 본점 비서실과 사회공헌부에 수사관을 보내 ‘DGB 금융그룹 부인회’의 의심이 가는 금전 거래와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부인회를 담당하는 사회공헌부 여직원도 소환해 조사했다.

1975년 ‘대구은행 부인회 봉사단’으로 출발한 ‘DGB 금융그룹 부인회’는 박인규 은행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지점장 배우자 등 320여 명이 활동하는데, 매년 120차례 봉사활동을 했다. 박 행장 아내가 회장을 맡은 이 단체는 지난해 말 활동을 중단했다.

최태원 대구지검 2차장검사는 “부인회 때문에 압수수색 한 것은 맞지만, 대구경찰청이 수사하지 않은 다른 내용의 횡령 의심 대목을 짚어보는 중이다.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박 행장의 횡령액은 더 늘어난다”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 중이어서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인회 회원들은 연간 19만 원의 회비로 6000여 만 원을 모아 초·중·고 장학금 전달과 김장 담그기 봉사활동을 해왔다. 박인규 행장은 업무추진비에서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300만 원씩 600만 원을 부인회에 격려금으로 전달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사회공헌부 소속 부인회 담당 직원이 자기 돈으로 300만 원씩 두 차례 부인회에 입금하고, 업무추진비 카드로 경비처리 한 뒤 자신이 부인회에 보낸 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면서도 “연간 격려금 600만 원은 모두 봉사활동에 사용했고 사적으로 쓰지 않아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다른 대구은행 관계자는 “박 행장이 횡령한 비자금을 세탁하는 창구로 부인회를 활용했을 것이라는 의심의 목소리도 있다. 검찰이 그 부분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14년 3월 27일 취임한 박 행장과 간부들은 그해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법인카드로 32억7000여 만 원 어치의 상품권을 샀다. 사회공헌부에서 정상적으로 구매한 2억7000여만 원을 빼고 30억 원의 비자금을 만든 것이다. 상품권환전소에서 9200만 원의 수수료를 떼고 현금 26억 원을 손에 쥐었고, 3억 원 상당의 상품권은 현금화하지 않고 사용했다.

박 행장은 환전수수료 9200만 원에 법인카드로 고급양복 등 개인 물품 1900만 원을 포함해 모두 1억1100만 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제시한 박 행장의 횡령액은 1억800만 원이다.

박 행장과 간부들은 접착형 메모지나 볼펜 등 1만 원 미만의 홍보물만 고객사은품을 살 수 있지만, 상품권을 구매하면서 이를 어긴 것을 감추기 위해 사은품을 구매한 것처럼 속인 허위의 영수증을 증빙서류로 첨부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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